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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활력 넘치는 시편들

류근조 시집

“노을을 등지고/ 풀섶에 앉아 보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네게 줘야겠다// 의연한 결심인가/ 오늘따라/ 눈시울에 어리는/ 네 눈물이 마냥 고웁다.” ( ‘평원에서’ 전문)

희수(喜壽)에 시력(詩歷) 반세기를 넘는 류근조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황혼의 민낯> 을 펴냈다.

시집에는 중·노년층의 현실적 삶과 정서, 경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살 또 한 살 더해가는 나이는 매정스럽다. 하지만 시인은 삶의 쓴맛은 물론 그 너머 죽음까지도 편안히 껴안는다. 그래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시편들을 읽다 보면 살아갈 맛과 힘이 새롭게 샘솟는다. 또 고향을 그리는 시편이나 우리 사회에 쌓인 적폐·공해를 청산하고자 하는 시편도 눈에 띈다. 시인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혹은 사회학적 지식을 통해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나아가 자신을 혹독하게 검증하기도 한다.

“나 같은 은퇴자에게도 비공개로/ 상시 열리는 청문회가 있다/ 업보라 할까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준엄한 청문회……// (중략)// 지금은 머지않아 다가올 이승과의/ 결별을 앞두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스스로 살아온 숙연한 자세로/ 삶의 청문회장에 나와,/ 가끔은 즐거웠던 추억도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 ‘청문회 계절’ 일부)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노경의 현실적 삶과 내면의 깊이를 솔직 담백하게 보여주면서도 마침내는 생사의 굴레를 벗어나 해탈의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는 시집”이라며 “서권기 가득한 탐구열과 끊임없는 시작에 의한 서정적 형상력이 시집을 깊이 있으면서도 젊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익산 출신인 그는 1966년 ‘문학춘추’ 신인상에 당선돼 시단에 나와 지금까지 12권의 시집을 펴낸 중진 시인이다. 중앙대 교수로 정년퇴직할 때까지 40여 년 동안 시 창작과 시인론 등을 가르쳐온 학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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