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5년째 시내버스 운전기사 허혁씨
삶·성찰 담아
‘과로사회의 최전방에서 장시간 운행을 통해서만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직업운전자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본문 중)
전주에서 5년째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버스기사 허혁 씨가 글 모음집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수오서재)를 냈다. 그가 버스 안에서 바라본 세상과 사람,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버스라는 세상을 책임지는 한 운전사가 전하는 작지만 단단한 삶 이야기다. 나는>
하루 열여덟 시간씩 버스를 모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착한 기사였다가 한순간에 가장 비열한 기사가 되는 자신을 마주한 허혁 씨는 그 시간을 자신을 관찰하고 성찰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왜 버스는 늦게 올까. 왜 기사는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해주고, 왜 선글라스까지 쓰고 인상을 팍팍 쓰고 있던 걸까. 왜 버스는 정류장 앞에 딱 맞춰 서지 않고 급히 좌회전을 해서 몸을 쏠리게 만드는지, 왜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왜 모두 자리를 찾아 앉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지.
이처럼 탑승자들이 가졌던 불만에 대해 버스기사인 저자가 직접 속사정을 전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만든다.
동시에 버스 안에서 느낀 세상의 이치도 전한다.
‘승객이 신호를 주면 좋은데 우두커니 서 있다. 대형차 기사에게 목숨과도 같은 탄력을 서서히 잃어간다… 가뭄에 콩 나듯 정류장 뒤로 몸을 숨겨주는 할머니도 있다. 갑이 을의 노동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미의 정점이라고 본다. 분명 그분들의 삶도 고단했을 것이다.’(본문 중)
‘몸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팔짱 끼고 자신을 부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이나 눈으로는 쉬워 보여도 막상 몸으로 그 기대를 실현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본문 중)
도로 위에 한 생이 펼쳐져 있다고 말하는 저자. 승객마다 한 생을 짊어지고 오르는 버스는 이야기 공장이자, ‘인문학’의 현장이다.
전주 출생인 허혁 씨는 버스기사를 하기 전 20년간 작은 가구점을 운영했다. 글을 쓰는 직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머리맡에 늘 책을 두고 지냈다. 늘 책에 파묻혀 살다보니 자기가 직접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고 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를 쓴 홍세화 작가는 “허혁은 사소한 불친절과 냉대 속에서, 이름 없는 존재로 사는 삶 속에서, 하루 열여덟 시간 운전대를 잡는 일상의 행군 속에서 그는 역지사지와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며 “책이 널리 읽혀 버스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훈훈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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