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섭
남고산성을 따라가면
돌들이 엉켜있다
남남이듯 제멋대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큰놈은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작은놈은 큰놈을 악착스럽게 떠받치고
있다
눈비에 오래 시달리면서
기쁘고 좋은 일만 있었을까
그 중에 몇 놈은
시큰둥하게 비껴 설만도 한데
저리 결기 넘치는 한몸이 되었을까
성첩의 어느 돌 하나
따로 노는 놈이 없다
서로 꽉 껴안아 더 단단해진 성첩에서
마음 모아 눈 부릅뜬 민초들을 본다.
△ 서로를 꽉 껴안은 성첩의 돌을 눈 부릅뜬 민초로 의인화시키다니요. 남고산성을 오르면서 성첩은 보았으나 큰놈이 작은놈을 으스러지게 껴안고 있을 민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역시 시인은 사물과 일체감을 갖고 시인이 사물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군요. 그렇지요, 공동체에서 따로 노는 놈은 왕따를 당하거나 축구공처럼 허공으로 날려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이 순간에도 굽실거려야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하는 겁니다. 자유롭지 못한 결박당한 몸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지요.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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