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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별의 백제] (121)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17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옆으로 비스듬히 지나가는 신라 선단을 보았다. 거리는 1천보 정도.

“덕솔, 신라 사신선(使臣船)이요!”

옆에 선 장덕 백용문이 소리쳤다.

“앞쪽 대선(大船)에 사신이 탔을 것입니다!”

백용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 어부가 대어(大漁)를 본 것이나 같다. 계백이 선장에게 지시했다.

“전속으로 접근하라!”

그 순간 북이 울리더니 전선의 아래쪽 좌우 덮개가 열리면서 노가 6개씩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북소리에 맞춰 노꾼들이 노를 젓기 시작했다. 더구나 돛은 바람을 가득 먹고 부푼 상태다. 신라 대선도 하물을 잔뜩 싣고 있는데다 노가 없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8백보, 7백보, 6백보. 그때 계백이 소리쳤다.

“노를 멈춰라!”

북소리와 함께 노가 일제히 올라가자 원진을 만들고 나아가던 신라 선단과의 거리가 5백보 정도에서 좁혀지지 않았다. 백용문이 앞쪽을 응시한 채 말했다.

“5척이 모두 이쪽에 측면을 보이고 늘어서서 항진합니다. 측면에는 모두 궁수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계백의 눈에도 정연하게 늘어선 궁수들이 보였다. 모두 2백여명, 2백여대의 화살이 일제히 날아오면 위력적이다. 거기에다 불화살까지 날릴 것이다. 이쪽 2척의 전함에는 병사 80여 명이 타고 있을 뿐이다. 그때 계백이 백용문에게 지시했다.

“앞쪽 대선 한척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격침시켜라.”

“예, 덕솔.”

기운차게 대답한 백용문이 소리쳤다.

“2번선(船)에 연락해라! 2번선은 적함 4번째 5번째를 격침시켜라! 1번선에서 쏘는 것을 신호로 사격하라!”

2번선과의 거리는 1백보 정도였으므로 깃발과 고함 신호로 명령이 하달되는 동안 신라 선박은 반월형으로 둥글게 포진한 채 나아가고 있다. 지금 백제 전함 2척은 반월형 진에서 5백보 거리를 유지하면서 좌측으로 따라가는 중이다. 그때 준비가 된 1번선에서 백용문이 소리쳤다.

“사격!”

그 순간 우측 갑판으로 옮겨놓은 2대의 대궁(大弓)에서 화전(火箭)이 날아갔다. 거대한 불화살이다. 창날 밑에 감긴 아이 머리통만한 가죽 주머니에는 기름이 들었고 심지에는 이미 불이 붙었다. 먼저 발사한 2대의 화전이 5백보를 날아가는 동안 다시 화전이 장착되었다. 1번전(箭)이 떨어진 것을 보고 각도를 조절하려는 것이다. 그때 2대의 화살 중 1대가 신라 전선의 2번선에 명중되었다.

“와앗!”

배 안에서 함성이 울렸다. 화전은 2번선 돛내 밑에 박히더니 불기둥이 솟아오른 것이다. 화전 하나는 옆 쪽 바다에 떨어졌다.

“다시 사격!”

백용문이 발을 구르며 소리친 순간 백제 2번선에서 화전이 날아갔다. 2개의 불덩이가 날아가는 것 같다.

“잘 겨냥해라!”

“와앗!”

옆쪽 2번선에서 함성이 울렸다. 2번선에서 쏜 화전 2대가 그대로 신라선 4번선에 명중된 것이다. 그때 다시 1번선에서 화전이 날아갔다. 이번에는 3대가 날아간다. 선미에 장착된 화전까지 옮겨와 발사한 것이다. 신라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반월형 진(陣)이 흐트러지더니 쾌선 1척은 뒤로 숨는다. 그때 다시 함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다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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