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2:16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불멸의 백제
일반기사

[불멸의 백제] (125) 7장 전쟁 ①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로부터 이틀 후, 사비도성의 내궁(內宮) 대왕전 침전 옆방에 의자왕을 중심으로 넷이 둘러앉았다. 성충과 흥수, 계백과 협보다. 계백이 수군항에서 말을 달려 도성으로 온 것이다. 먼저 밀사 하도리를 성충에게 보내 내막을 알려준 터라 의자의 앞에는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신라여왕의 밀서가 놓여져 있다. 때는 밤 술시(8시) 무렵, 방에는 양초를 여러개 밝혀놓아서 밝다. 그러나 모두의 표정은 무겁다. 앞에 놓인 붉은색 비단 보자기가 무슨 흉물(凶物)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선들이 스치기만 한다. 이윽고 성충이 손을 뻗쳐 보자기를 집으면서 말했다.

“대왕, 소신이 먼저 보겠습니다.”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이 성충이 우스갯소리를 했다.

“편지에 독을 묻혔을지도 모르니까요.”

“헛헛, 신라 여왕이라면 그럴만 하지.”

의자가 팔받침에 몸을 기대면서 웃었다.

“좌평이 읽어보라.”

“예, 알겠습니다.”

헛기침을 한 성충이 보자기를 풀고 접혀진 밀서를 펴더니 읽었다.

“신라여왕이 백제 수군항장에게 보낸다. 신라국 이찬 김춘추는 당(唐)에 여왕의 밀서를 소지하고 당 황제를 만나러 가는 바, 이를 저지, 나포한다면 대전(大戰)의 단초가 될 수가 있다. 그러니 이 편지를 너희 대왕께 보여 결정을 하시도록 하는 것이 낫다.”

편지에서 눈을 뗀 성충이 의자에게 말했다.

“여왕의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대왕.”

“그게 끝이냐?”

“더 남았습니다. 읽겠습니다.”

다시 숨을 고른 성충이 읽는다.

“그리고 이것은 신라여왕이 백제왕에게 보내는 서신이다.”

머리를 든 성충이 의자에게 말했다.

“대왕,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읽으라.”

성충이 다시 읽는다.

“백제왕 의자는 들으라. 너는 내 동생의 아들이니 내가 네 이모가 된다. 너는 내 편지를 이미 갖고 있을테니 이 편지의 필체와 비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네 이모로서 말한다.”

어느덧 이마에서 돋아난 땀을 손등으로 닦은 성충이 계속해서 읽는다.

“너는 네 어미와 처를 연금시켜 놓았다고 들었다. 신라의 첩자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네 어미는 그 어느 편도 들지 않았고 내부의 허점을 나에게 발설한 적도 없다. 나와 네 어미는 부친의 뜻대로 신라와 백제의 합병, 통일을 추구했던 것이다. 네 아비가 그 증인이다. 네 아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네 어미를 놔둔 것이다.”

그때 시선을 뗀 성충이 의자에게 물었다.

“대왕, 계속해서 읽습니까?”

“왜 그러느냐?”

“교활합니다. 소신이 읽으면서 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럽니다.”

그러자 의자가 웃었다.

“계속해서 읽으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니, 점점 재미있어진다.”

성충이 다시 읽는다.

“의자, 들어라. 김춘추를 그대로 당으로 보내다오. 김춘추가 소지한 당황제에게 보내는 친서에는 안부만 적혀 있다. 김춘추는 여왕을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제 미래를 위해서 가는 것이다.”

머리를 든 성충이 의자를 보았다. 놀란 얼굴이다. 그때 의자가 소리없이 웃었다.

“봐라, 재미있게 되지 않느냐?”

“대왕, 계속 읽겠습니다.”

이제는 성충이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김춘추는 내 후계자가 되려고 하지만 부족하다. 그래서 너한테 더 이롭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