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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회' 30주년과 전북 발전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윤승용 남서울대학교 총장

1988년1월30일, 서울 ‘여의도 양지탕’ 설렁탕집에 전주고 출신 국회 출입기자 9명이 모였다. 서로 잘 아는 사이였던 이들은 1달여 전에 끝난 13대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실상 전두환 군사정권이 연장된 시국 등을 소재로 대화하다 자연스레 전주고 출신 언론인 모임을 결성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이 주축이 돼서 그해 6월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된 ‘전언회’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전언회는 30년 동안 초대 회장이었던 박권상씨 등 일부는 벌써 고인이 됐고 창립 당시 전주북중·전주고출신 재경 언론인만을 대상으로 했던 모임은 ‘전북소재 고교출신’으로까지 회원이 확대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정지역 출신 재경언론인 모임이 30년 동안 거의 매월 빠짐없이 회원의 날 행사 등을 이어오며 존속해온 것은 전언회가 유일하다. GRDP(지역총생산)이 46조원으로 제주도와 강원도 다음으로 열악한 전북의 도세를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라 할 것이다.

지난 12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한 참석자는 전언회원인 김화성씨가 올해 펴낸 책 <전라도 천년> 의 글을 인용해 ‘느긋하면서도 솔찬히 아그똥한 전주 양반네들’에서 그 한 배경을 찾았다. 전북인들이 평소엔 느긋하지만 막상 일에 부닥치면 아그똥한(전북인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뜻을 알리라) 성정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역차별이 극심하던 과거에 그나마 차별이 덜해 실력으로 겨뤄볼만한 직역이 언론과 법조계여서 이 분야에 실력있는 인재들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전북은 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인과 법조인이 다수 배출돼서 주목을 받았다. 전언회 창립당시에도 전주고 출신 언론인은 200여명이 넘어 단일 고교로는 전국 최다였다.

전북에선 언론인과 법조인이 양적으로만 다수 배출된 게 아니었다. 중견 언론인 단체인 관훈클럽의 창립멤버 10명 가운데 절반인 5명, 즉 박권상, 조세형, 임방현, 정인량, 김인호씨가 전주고 출신이었고, 가인 김병로 전 대법원장과 ‘도시락 검사장’ 최대교 전 서울고검장, ‘사도법관’ 김홍섭 전 서울고법원장 등 해방 후 한국 법조계를 바르게 이끈 이른바 ‘법조 3성(聖)’도 모두 전북출신이다.

하지만 전언회가 명맥을 잘 이어오긴 했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칙에는 “언론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한다”고 목적이 나와 있지만 회원들 마음속에는 ‘고향 전북 발전에 기여한다’는 정신도 배어있었을 것이다. 바로 이점에 비추어보면 과연 제대로의 역할을 했냐는 점에서 반성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중앙언론은 물론 월스트리트 저널 등 해외언론까지 나서서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장기 공백사태 등에 대해 ‘전주패싱’,‘돼지와 이웃’, ‘논두렁 본부’ 등으로 사실을 왜곡하며 폄훼할 때 전언회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특히 같은 언론단체인 전북기자협회가 ‘왜곡보도 중지’ 등의 성명을 내며 고군분투할 때 전언회는 성명은 커녕 기자 개인차원에서도 중앙언론의 왜곡보도에 팩트 체크 등을 통해 대응도 못했다. 이런 사례는 과거 새만금사업이나 호남선 KTX사업 등에서 전북이 홀대당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른 살을 맞은 전언회, 이제부터라도 언론인 특유의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고향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저널리즘 정신을 지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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