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폐업·대규모 실직자 발생에 따른 지역 경제 침체 심각
정부의 형식적 지원에 재가동 소식 캄캄…일부 자구노력 펼치기도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이하 군산조선소)의 불빛이 꺼졌다. 2010년 3월 야심차게 문을 연 지 7년 4개월 만이다.
세계 최대 크기의 도크는 비어있고, 115m 높이의 웅장한 골리앗 크레인(1650t급)은 여전히 멈춰진 상태다.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역사회에 휩쓸고 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협력업체들은 폐업하거나 경영위기가 불어 닥쳤으며, 직장을 잃은 수많은 근로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군산시의 자료에 의하면 군산조선소가 무기한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서 지난 2016년 4월 기준 86개의 협력업체 가운데 현재 64개 업체가 폐업했고, 근로자는 5250명 중 4859명이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관련 고용 쇼크는 지역 전체로 번져 군산의 취업자 수는 1년 만에 7000명이 줄었으며 실업률도 4.1%로 치솟았다. 이 여파로 인구도 올해 2000여 명이 빠져 나갔다.
특히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 등이 “군산을 살리겠다”고 말만 되풀이할 뿐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남아있는 업체와 근로자들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다. 협력업체든, 근로자든 다 떠나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제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이 정부에 밝힌 군산조선소 재가동 날짜(2019년)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뚜렷한 움직임도 없는 상태여서 지역사회에 드리운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선박 블록 물량을 (군산조선소에)우선 배정하고, 적극적인 수주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부가 어려운 지역 여건을 고려해 선심쓰듯 ‘산업 및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했으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군산의 경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등의 집행률은 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국가산단 기업체 이모(42) 팀장은 “업체들은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정부의 지원은 형식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라며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답이지만 먼저 그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군산조선소 협력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뭉치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있다.
군산조선해양기술사업협동조합(이사장 김광중)이 지난 6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자발적 출자 및 협력을 통해 조선·기계 분야의 경험과 실적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발전플랜트, 중소형 조선 등 사업 다각화에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곳 조합은 당초 7개 업체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3개 업체로 늘어나는 등 그만큼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광중 이사장(번영중공업 대표)은 “비록 현재의 지역 조선산업이 매우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기업들이 가진 기술을 하나하나 모은다면 위기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은 막지 못했고 여전히 대책마련에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이마저도 기약이 없는 게 오늘날 군산 조선업의 현주소다.
군산 조선업을 살릴 반전카드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지 정부와 현대중공업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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