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네덜란드 농업선진국, 이미 애그리테크 궤도화
반면 한국은 거센 반발에 담론만 허공에 둥둥
농촌진흥청·국가식품클러스터 위치한 전북, 아시아 대표 푸드테크 성지 기대
애그리테크 첨단기술·농업 결합으로 무한한 창업과 일자리 시장 부상 예상
전북은 산업구조를 첨단 농생명산업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기업의 농업생산은 농민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 농업의 규모화·첨단화에 걸림돌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나라 농촌은 초고령화에 접어들어 미래 기술의 접목이 없다면 농업의 미래도 도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북은 농촌진흥청과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최첨단 농생명 수도를 꿈꾸고 있지만, 청사진만 화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본보는 ICT를 농업에 융합한 ‘애그리테크(Agri-Fintech)’ 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전북 ‘스마트 농생명 융합산업’ 청사진만 맴돈다
지난 25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전북도에서 추진 중인 ‘아시아 스마트 농생명 밸리 조성’사업과 주력산업(농생명소재·식품, 지능형 기계부품산업 등)·경제협력권산업(바이오활성소재)과의 관련성이 고려돼 ‘스마트 농생명 융합산업’이 대표 산업으로 선정했다,
‘스마트 농생명 융합산업 글로벌 메카 전라북도’라는 비전이 제시된 이 산업은 1단계(2018∼2020) 스마트 농생명 시스템 실증 및 고부가 제품 상용화, 2단계(2021∼2022) 시설 원예 시스템 고도화 실증 및 고부가 소재 상용화, 글로벌 혁신네트워크 구축, 3단계(2023∼2024) 농작업 협업 로봇 실증 및 고부가 소재 상용화, 글로벌 혁신네트워크 고도화 등 단계별로 추진된다.
도는 계획의 차질 없는 수행과 시너지 효과를 위해 규제자유특구제를 통한 지역 혁신성장의 테스트베드 활용, 혁신클러스터 이전공공기관과 기업 특성 및 특화분야(농생명-금융)와 연관된 혁신기관 유치를 기획 중이다.
그러나 전북 농생명 산업은 밑그림이 요란한 데 반해 차별화 된 사업 실적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존 농업인과의 갈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농업인들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농작물 생산에 대기업이 관여하면 농민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은 농업의 규모화를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은 부족하다. 반면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의 경우 농민과 기업이 융합하는 모델을 만드는 데 이미 착수한 상황이다.
전북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농생명 산업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청사진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부적인 계획에 있어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령화 농촌과 애그리테크의 현 주소
식품시장은 오는 2020년 세계 자동차 시장의 6배, 정보기술(IT) 시장의 2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까지 7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농업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농업은 기술과 만나 고령화, 경쟁력 약화, 기상이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지만, 기존 농업인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실제 도내 지역 농협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농협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농업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농협은 물론 한국농업의 기반이 위태로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농업은 청년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전북지역 연령별 조합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도내 농협 전체 조합원 수는 20만8015명이다. 이 중 70%이상인 14만7044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이마저도 60대(6만110명)보다 70세 이상(8만6934명)이 2만6000여 명이나 많았다.
반면 20대 이상 30세 미만 청년층은 614명(0.2%)에 불과했다. 전북지역 청년들의 농업기피가 수치로 나타난 셈이다.
사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층인 30~50대 조합원 수도 고령조합원 수에 비해 훨씬 적다. 각각 30대 조합원 4091명, 40대 조합원 1만4729명, 50대 조합원은 4만1537명이다.
이들을 모두 합쳐도 70대 이상 조합원 수에 못 미친다. 초고령화 현상은 전국의 모든 농촌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전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농협조합원 수는 219만4141명으로 조사됐다. 70세 이상 조합원은 이중 39.08%에 달한다. 40세 미만의 ‘젊은 조합원’은 전체의 1.64%수준이다.
그럼에도 농업조직의 미래 대책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은 실종됐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된 첨단 농업 기술은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용어로 ‘애그리테크’라고 지칭된다. 스마트 팜, 농업 빅데이터, 식물 공장, 농업 로봇 등 다양한 기술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애그리테크는 인류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전 세계 인구수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 아마존 같은 첨단 기업들도 농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저가의 토양센서를 개발하고 있으며, 구글과 아마존 등도 토양 관리 시스템에 눈을 돌렸다.
구글은 곡물들의 수확량과 생장 상태를 측정하고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아마존은 홀푸즈 인수로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공급망을 확충했다. 여기에 각 농장의 작물 재배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유통과 생산,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농업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농업 재도약의 디딤돌로 활용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빅데이터’ 수집으로 농업 시장 확장 및 신성장 전략 산업을 준비해야 하는 기술력은 갖춰지고 있는 데 반해 농업을 이끌어나가는 주체인 농업인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다.
지역농협의 관심도 낮다.
최근 전북혁신도시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 변혁 교육 로드쇼’의 강사로 나선 조용민 구글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매니저(부장)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트랜드 새비(Trend Savvy), 딥 씽킹(Deep thinking),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제시했다.
조 부장은 “성격이 다른 것을 엮으면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은 농·식품산업도 마찬가지”라며 “남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을 내려면 최신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다른 성격을 가진 기관과 기업의 협업도 필수다” 고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금나나 교수는 “푸트테크 스타트업이 창업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라며 “미래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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