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세계 최초 신용카드 회사인 다이너스 클럽을 창업한 프랭크 맥나마는 ‘다이너스 클럽’이란 카드 판에 식사금액과 자신의 서명을 남기고, 나중에 한꺼번에 식사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캐나다에서는 입출식 계좌 오픈과 동시에 ‘퍼스널 체크’라고 하는 개인수표를 받게 된다. 월세를 낼 때도, 학비를 낼 때도 신용카드보다는 개인수표를 사용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데, 지불을 원하는 금액을 적고 서명을 해서 건네면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은 공적·사적 거래에서 서명을 사용하는데 미국·독일·스웨덴에서는 신분증에 서명을 기재해 이용하고 있고 영국·프랑스는 전자서명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서명이 자신의 신용을 보증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부동산·자동차 매도 등 재산권 처분과 관련한 거래에 행정관청에 사전에 등록한 인감도장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인감증명서가 쓰이고 있다. 이러한 인감증명제도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식민통치 수단으로 강제 도입됐다. 조선총독부가 인감을 신고한 사람에게만 인감증명을 발급했고 이것이 없으면 토지 등의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인감증명제도는 지난 100여년간 폭넓게 활용되었는데, 이제 인감증명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 정도다.
인감도장은 개인의 신용과 거래의사를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일까. 얼마 전 ‘증평 모녀 사망 사건’의 당사자인 언니의 신분증과 도장, 휴대전화 등이 담긴 가방을 동생이 훔쳐 달아난 뒤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부정 발급받아 언니 소유의 차량을 판매한 사건이 있다. 한편, 자신의 빚을 갚을 목적으로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배우자 인감 및 아파트 등기권리증을 이용하여, 배우자 인감증명 위임장 등을 도용해 배우자 아파트를 담보로 억대 대출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용의 증표로 여겨지는 도장이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 의해 내 의사와는 다른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감증명서 부정 발급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 피해 등을 예방하고 서명이 보편화한 시대 흐름에 맞춰 인감증명제도를 대체하기 위해 2012년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도입되었다.
인감증명서가 사전에 인감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사전에 별도로 서명을 등록할 필요 없이 본인이 신분증을 지참하여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서명을 하고 바로 발급받을 수 있다.
또한 인터넷으로도 발급이 가능하여 편리하다. 주소지 관계없이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이용승인을 받으면 2년 동안 직장이나 집에서 정부24에 접속해 전자본인서명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년이 지나기 전에 갱신신청이 가능하며, 전자본인서명확인서 제출 기관이 2017년부터 전 국가기관으로 확대되어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다만,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인감증명서에 비해 부동산 관련용도가 세분화(소유권 이전, 제한물권 설정 등)되어 있으며, 일반용의 경우도 구체적 용도를 기재해서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수요처에 대리인이 제출하는 경우 수임인을 기재해서 발급받아야 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사전 신고 절차가 없고, 본인이 직접 발급하므로 부정발급 위험성도 적으며, 인터넷으로도 이용이 가능한 편리한 제도인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널리 알려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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