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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모은 기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기와 수집 김성호 씨 “소장 360점, 전시 가치 있어”
고려 청자기와·통일신라 용얼굴무늬 기와 등 다양

김성호 씨가 30여년 넘게 수집한 기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호 씨가 30여년 넘게 수집한 기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와의 신비한 매력에 한눈에 매료됐습니다. 수집하다 보니 일본으로 빼앗긴 기와를 되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이제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기와의 매력에 사로잡혀 30여 년을 기와를 수집한 김성호 씨(59)의 이야기다.

9일 전북체육회 기자실에서 만난 김 씨는 두 손 가득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아이 몸통만 한 봉투 세 개 안에는 포장지로 곱게 싸인 기와들이 들어있었다. 기와를 꺼내놓는 김 씨의 얼굴은 조금 붉게 상기돼 있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기와를 들어 테이블에 내려놓는 모습은 흡사 갓난아이를 침대에 내려놓는 부모의 모습이었다.

그는 기와를 내려놓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기원전 200년 무렵 한나라 때 만들어진 기와를 조심스레 들어 전서체로 쓰인 ‘장생무극(長生無極)’이라는 글자에 관해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김 씨가 일본 사이트에서 발견해 공수해 온 것이다. 기와와 관련해서는 모두 스스로 책을 찾아보며 공부한 것들이다. 무엇을 물어보든 대답이 술술 나왔다.

기와에 대한 관심의 첫 시작은 30여 년 전 그가 서른 살 무렵이던 해 금산사를 찾았을 때다. 금산사 산길을 걷던 김 씨에게 작은 기와 파편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 깨져있어 형체가 온전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 문양이 그를 한눈에 매료시켰다. 그때부터 국내 곳곳의 폐 사찰과 골동품상을 돌며 기와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만 진행하던 것에 갈증을 느꼈던 그는 일제시대 일본이 수탈한 기와를 되찾기 위해 일본 경매사이트에 나오는 기와들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것이 500여 점에 이르고, 백제와 고구려, 통일신라 때의 연화문와당과 용얼굴무늬 기와, 수막새,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청화기와까지 박물관 전시가 가능한 것만 36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시대 기와의 경우 경주 국립박물관에도 없는 종류가 많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귀면문와당(통일신라).
귀면문와당(통일신라).

기와의 진위를 알게된 경위도 우연히 찾아왔다. 기와를 사 모으기 시작하자 문화재를 불법 취득한 것 아니냐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던 그는 그 과정에서 전주국립박물관 학예사로부터 진위를 검증받을 수 있었다. 사건도 무혐의에 그쳤다. 자신이 사랑하는 기와를 알리고자 진행했던 와당(기와지붕의 끝에 달린 마감재) 만들기 체험을 통해 2017년에는 ‘영암 한옥건축박람회’측 요청으로 소장품 25점을 박람회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지금도 국내외에서 기와를 수집하는 김 씨에게는 소망이 하나 있다. 지금껏 모은 기와들을 대중들이 함께 보고, 역사에 관해 이야기 할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서울과 청주, 아산에 기와를 주제로 한 사설 박물관이 있는데, 한옥의 고장 전주에도 이러한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와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오길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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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석 1000ks@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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