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0:12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 아침을 여는 시
일반기사

[새 아침을 여는 시] 젖은 눈망울에 대하여 - 복효근

그냥 통을 받치고 젖을 짜려 하면

별 소득이 없으므로

낙타 주인은 새끼 낙타에게 먼저 젖을 빨게 하다가

새끼 낙타를 떼어내고 마저 젖을 짠다

 

젖이 돌지 않다가도

새끼가 다가서면 유선에 젖이 돌기 때문이다

젖을 짜는 동안

새끼 낙타를 곁에 세워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를 올려다보는

여린 초식동물의 눈망울은 왜 그리 흥그렁 젖어있는지

 

그저 풀이 자라서 이 사막에 낙타가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안쓰러이 울음 우는 어미 낙타가 있어

새끼 낙타의 젖은 눈망울이 있어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젖이 돌고 그나마 풀이 자라는 것이다

 

 

△가슴이 뭉클하다. 울부짖는 자식을 뒤로하고 출근할 때마다 겪었던 워킹맘의 아픔이 뼈에 사무친다.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낙타의 젖은 눈망울처럼 온종일 보내지 않았던가. 먼발치에서 ‘어미를 올려다보는’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는 새끼 낙타의 눈물이 지구를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젖을 먹여 키운 자식들이 더 보고 싶어진다. 자갈과 모래뿐인 사막에 초록빛 생명은 내 마른 몸에서 젖을 돌게 한다. -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