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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9 시민기자가 뛴다] 우리밀 살리기 :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이 필요하다

수입밀 99% 과잉공급, 우리밀 자급률 1% 이하로 떨어진 현실에 부쳐

출처 = 천년누리 전주빵
출처 = 천년누리 전주빵

우리밀의 자급률이 1% 이하로 떨어지고 3년째 재고가 쌓여가면서 밀 생산농가도 반절 이상 줄고 있다.

우리는 처음에 미국으로부터 무상으로 밀가루를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수입 밀가루에 의존도가 99%에 이르렀다. 수입 곡물상들은 돈방석에 앉아있고 세계 거대 곡물기업들은 종자의 권한까지 다 가져갔다. 세계화 시장에서도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려면 지역을 지켜야 하고 지역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수출과 수입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자국의 생태계를 풍요롭게 지키면서 필요한 부분은 수입해서 적정하게 교류해야 한다. 자국의 식량 재화 가격이 적자가 나는 순간 생태계는 빠르게 무너진다. 우리밀이 재고가 쌓였는데 어떤 농민들이 밀농사를 짓겠는가. 겨울철 밀은 이산화탄소 흡수에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기후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수입밀이 가격을 후려쳐 들어오는 세계화 시장에서 로컬 생태계는 지탱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수입밀의 과잉공급으로 우리밀 시장은 이미 숨넘어가기 직전이다. 우리밀은 수입밀에 비해 3배~6배가량 비싸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서 우리밀 가공업체들이 줄고 있어서 밀 생산도 줄고 있다. 밀의 글로벌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로컬 시장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겨울철 밀농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수입밀 의존도 극심…우리밀 고사 위기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밀은 7~8종이 전부인데 시에이치에스(CHS), 카길, 시비에이치(CBH), 글렌코어, 시지 아이(CGI)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생산하고 제분하고 유통하고 있다. 그 기업들을 통해서 국내에도 60년 동안 지속된 8개 제분업체의 과점구도를 유지하면서 수입해오고 있다. 특히 빅 3, 대한제분, 씨제이(CJ), 제일제당은 전체 밀가루 시장의 75%가량을 3등분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파리바게트의 spc는 밀다원을 인수하면서 수입 밀가루 생산량은 4년 만에 2013년 19만t을 달성하면서 제분업계 4위 삼양사의 생산량과 맞먹고 있다. 어쨌든, 농가들은 밀 농사를 포기하고 있고 1970년대 초 밀 자급률은 15%를 웃돌고 농사가 잘된 해에는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밀가루 무상원조로 국내 밀 생산기반은 빠르게 약화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으로 수입밀 의존도가 심화됐고, 1982년 밀수입 자유화, 1984년 국산 밀 수매제도 폐지 등이 이어지면서 1990년 국내 밀 자급률은 0.05%까지 떨어져 우리밀은 완전히 사라질 지경에 처했다.

과잉 무역은 고용 없는 성장을 부르고 세계화는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식량을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 수입하지 말자는 뜻이다. 장거리 무역을 모두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국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무역을 하지 말고 불필요한 운송을 줄이고 지역사회경제를 튼튼히 하자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줄이고, 기업이 독점하고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과 로컬 시장의 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식량은 전 인류에게 날마다 필요한 것이므로 생산과 운송, 판매에 작은 변화가 생겨도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비효율을 감추는 보조금, 대다수 국가는 농업 보조금을 대규모 산업 농기업에 몰아준다. 세계 무역기구 회원국 사이에서 보조금의 2/3는 부유한 거대 농가가 받는다. 농업 연구 자금도 생명공학과 화학, 에너지 집약 단일품종 농업에 크게 편중돼 있다. 어떤 평가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식량과 농업 연구에 쓰이는 돈은 490달러에 달하는데 ‘유기농 규격을 준수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지식과 기술, 수단’에 쓰는 돈은 1% 미만이다.

세계화를 지원하는 공공정책의 방향을 지역화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까닭은 전 세계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대기업과 은행의 요구를 계속 들어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과도한 무역이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물류와 유통에 지원되는 어마어마한 보조금 때문이다. 또한 그 비용은 환경과 생태계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탄소발자국을 높이는 화력발전소 때문에 당장 우리나라가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지 않는가. 지역에 필요한 재화는 수출 시장 의존도를 높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기관부터 우리밀 사용을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빵 대표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빵 대표

얼마 전에 농촌진흥청에서 우리밀 관련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는데 우리밀을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농촌진흥청 1층 매점에는 수입밀로 만든 베이커리 제품만을 팔고 있다. 농촌진흥청 주도로 밀 품종 육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밀 전용 농기계 보급과 수확 후 건조저장 가공시설 확충을 진행 중이라는데 정작 농촌진흥청에서는 수입밀로 만든 빵을 팔고 있으니 비싼 우리밀을 사용하면서 먹거리 원칙을 지켜가고 있는 지역 소농들과 우리밀 가공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도대체 앞뒤가 안 맞는 현상이다. 삼락농정을 주장하는 전라북도의 도지사 인증상품도 다수가 수입밀과 수입농산물로 가공한 제품들이 다수다. 아무런 혜택도 없는데 누가 비싼 우리밀을 사용하겠는가.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국민들과 기업들에게 우리밀을 많이 써달라고 당부만 하지 말고 우리밀을 쓰고 있는 가공업체들이 비싼 우리밀을 포기하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 또 모든 공공기관에 우리밀로 만든 제품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각종 인증과 혜택에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야 한다.

수입밀의 100% 대체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1% 자급률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1980년대에 밀 자급률이 40% 이상이던 시절도 있었으니까요.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하고 충청남도의 사례처럼 지자체에서 도와준다면 밀의 로컬 시장은 복원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밀의 국가수매제도 부활을 추진하고 있고 국립 식량과학원에서 밀연구팀을 마련하여 밀의 자급률을 높이고 품종을 연구 개발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고 하니 군대와 학교 등 공공급식에서 우리밀의 로컬 시장이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향후 천지가 개벽할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는 현시점에서, 지속 가능한 환경과 지속 가능한 먹거리, 지속 가능한 경제에 대한 공약들을 꼭 실천해주기를 바랍니다. /장윤영 천년누리 전주빵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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