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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2019 시민기자가 뛴다] “여성은 정치해야 한다, 반드시”

전북지역 페미니스트들이 준비한 특별한 정치토론회

전북지역의 진보 성향 정당인들이 ‘우리는 정치해야 한다, 반드시’란 주제로 지난달 15일 전주에서 연 토론회 장면.
전북지역의 진보 성향 정당인들이 ‘우리는 정치해야 한다, 반드시’란 주제로 지난달 15일 전주에서 연 토론회 장면.

106년 전, 1913년 6월 4일 영국 더비의 한 경마장.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속력으로 달리는 경주마에 한 여성이 뛰어들었다. 당시 그 경주는 영국 국왕이 참가했다. 당시 화제가 된 이 사건은 그 여성의 외투에 적힌 글귀 때문에 더 사회에 충격을 줬다. “VOTE FOR WOMEN!”(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이 여성의 이름은 에밀리 데이비슨.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일컫는 ‘서프로제트 운동’에 참여한 활동가였다.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는 외침은 당대 금기와 같은 말이었다. 에밀리는 참정권 운동으로 무려 9차례나 구금되고 고문을 받았다. 마치 80년대 한국의 민주화 운동 활동가들처럼 공권력에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1주일 후 죽음을 맞이한 에밀리 데이비슨의 장례식은 거대한 저항 운동의 시작이 되었다. 1000여명이 넘는 여성이 투옥되는 등 참정권 투쟁은 에밀리 데이비슨의 죽음 이후 15년이 지난 후 결실을 조금씩 맺기 시작했다.

지난 세기 많은 여성들의 피와 저항으로 얻어낸 투표권은 이제 보편적인 권리가 되었다. 그리고 21세기 현재 여성들은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정치 현장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여성은 정치해야 한다, 반드시”

지난 5월 15일, 전주에서는 특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지역 페미니스트들이 모여 진행한 토론회 이름은 <우리는 정치해야 한다, 반드시> 녹색당, 노동당 등 진보정당의 지역 당원, 20대 페미니스트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정치로부터 배제된 존재들을 소환했다. 여성과 청소년, 청년, 성소수자가 바로 그들이다.

“우리 사회 여성의 롤모델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을 빛낸 백 명의 위인들’ 노래를 봐도 백 명의 위인 중 여성은 세 명에 불과하다. 한국 5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하다.”

“국회 여성 비율은 17%, 남녀 임금 격차는 통계를 낸 이후부터 OECD 최하위를 놓친 적이 없다. 유리천장은 너무도 높고 두터워 지난 수십 년 동안 깨지기는커녕 흠집만 겨우 난 정도다. 여성 롤모델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 것은 여성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여성 롤모델이 탄생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사회 자체가 문제다.”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신지예 녹색당 대표는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상을 살아내는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봤다.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유리천장을 부수고 사회를 바꾸는 모습은 또 다른 여성들에게 지치지 않고 일어설 기운을 줄 것이라고 봤다. 20세기 초 서프로제트 운동으로 발화된 여성 참정권 운동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정치를 지금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그동안 가부장제가 규정한 모든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청소년 등 사회로부터 목소리를 빼앗긴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직접 자기 정치를 하는 것도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의 등장과 같은 맥락으로 봤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지만, 현재 국회의 국회의원 비율은 남성이 83%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40대 이상의 중장년 비율은 99%. 교육감도 투표로 선출하는 시대지만 청소년들의 투표권은 현재까지도 요원하다.

 

△“투표권도 없는 청소년, 20대 정치인 사라진 의회”

이날 토론회에는 청소년 인권 활동가 박세영씨는 촛불청소년인권법을 소개하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청소년 2명 중 1명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권조차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현실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선거 연령을 현행 만 19세보다 낮추는 선거법 개정이 시급하다.

현실정치 중심에 있는 전주시의회 서난이 의원도 토론자로 나와 청년 정치와 여성 정치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서 의원은 20대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지방의회를 비롯해 정치 현장에 살아남기 힘든 구조에 대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각 정당의 청년위원회도 20대가 아닌 30대 후반, 40대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이 공감하는 사회 문제를 국회에서 풀기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극히 소수의 청년 정치인이면서 여성이라면 감당해야 하는 고통도 상당하다. 선거 과정에서, 정치 현장에서 여성 정치인은 유리천장이라는 장벽에 부딪친다. 특히 인맥과 지연, 학연으로 공고하게 연결된 공간에서 여성 정치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성의 정치 참여, 절반을 넘자”

이날 토론회는 약 30여 명의 지역 페미니스트와 청년들이 참여했다. 행사 준비에 함께한 전북녹색당 김선경 사무처장은 “여성 정치 참여에 공감하는 개인들이 모여 토론회를 준비했다”면서 “토론회를 함께 준비한 지역의 페미니스트들과 여성 정치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을 모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8:2, 99:1. 현재 국회가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율이다. 여성의원이 20%가 되지 않는 상황, 청년의원이 1%에 불과한 상황, 청소년들의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는 과연 이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2020년 총선은 이들의 존재로 절반이 채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북에서 열린 토론회는 어쩌면 그 씨앗이 되지 모르겠다.  /문주현 자유기고가

 

문주현 자유기고가
문주현 자유기고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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