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6 23:3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새 아침을 여는 시
일반기사

[새 아침을 여는 시]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도록 - 최유라

슬픔을 등에 지고 가지마라

아픔을 가슴에 안고 가지마라

 

슬픔과 아픔을 지니고 산다는 것은

봄이 와도 잎 피지 않는 나뭇가지처럼

어둠으로 응고된 암담한 시간과 마주하는 것

 

봉인된 내일의 비밀

희망의 씨앗까지도

블랙홀 속으로 몰아넣는 것

 

신이 때때로 슬픔을 주는 것은

서늘하게 자신을 살펴

생을 진실하게 되살려 보라는 뜻이지

슬픔을 담아 두는 그릇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놓아주어라

슬픔도 아픔도

민들레 홀씨 되어 날아가도록

 

============================

▲담장 아래 납작 엎드린 민들레 꽃이 봄을 불렀다. 갓 피어난 꽃은 땅을 바짝 부둥켜안고 있었다. 소리 없이 웃는 모습에서 가난한 노인의 주름살이 물결친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아남은 생명력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본다. 6월, 그 꽃이 솜사탕 같은 깃털을 머리에 이고 있다. 슬픔의 무게에 허리가 짓눌려서 바람을 타고 허공을 누비는가 보다. 민들레 홀씨는 아픔을 지니고 사는 어느 시인의 집 담장 아래 정착할지도 모른다. -이소애 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