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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집토끼 기업들, 전북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엄철호 익산본부장
엄철호 익산본부장

고금을 막론하고 제도나 절차가 풀지 못한 억울함이 있었다.

제도와 절차가 백성의 맺힌 것을 풀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구속하고 원망을 키우기 예사였다.

그것은 경우에 따라 제도와 절차의 사각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제도와 절차의 맹점을 보완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대표적인 장치로 조선시대의 ‘신문고(申聞鼓)’가 있다.

옛날 왕조시대의 민원 상소제도로서 대궐 밖 문루에 북을 달아 억울함이 있을 경우 왕에게 직접 알리도록 했는데 하소연할 데 없는 딱한 처지의 백성들에게는 긴급구난처가 아닐수 없었다.

백성들이 제도와 절차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억울함을 호소했던 마지막 통로의 구제장치다.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업승인의 제고를 부탁드립니다”

익산 제2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신문고를 두드렸다.

지난 5일 송하진 도지사 주재로 익산시 팔봉동 한솔홈데코에서 열린 지역경제 활력화 제고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제2산단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50m 떨어진 부지 3만 8000여㎡에 4층 규모 22개동 198세대의 공동주택 건립이 추진되자 엄청난 경영환경 위축을 우려해 신문고를 두드리게 됐다.

상공인들은 “대다수 공단 입주기업들이 환경법규를 준수하고 있지만 법적 기준을 떠나 민원이 수시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단 인근에 아파트까지 들어서면 민원이 더 많아질 것이란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일단 지적했다.

지난 1984년 익산지역 최대 규모의 산업단지로 조성된 이후 주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형성되면서 주민들의 각종 민원이 현재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을 실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기업환경 저해는 물론 공동주택 입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치는 공동주택 건립에 대해 전북도가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 심의를 꼭 반대해야 한다고 강력 어필했다.

특히 한솔홈데코는 “추가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동주택이 들어서면 더 이상의 추가 투자도 힘들어진다”는 기업 내부의 속사정까지 털어놓으며 더욱 간절히 간청했다.

제2산단 입주기업들이 인근에 들어설 공동주택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고 절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쉽게 엿보게 하는 민원 제기다.

문제의 해당 공동주택은 지난해 12월 익산시의 경관심의를 통과 한 뒤 지난 2월 주택건설사업 계획승인 신청서를 익산시에 제출한데 이어 현재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위해 전북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상의 마지막 법적 행정 절차로 전북도의 심의를 통과하면 말그대로 아파트 건립은 일사천리로 추진되게 된다.

입주기업들의 입장에서 볼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물론 한편에선 기업들이 법을 제대로 준수하면 공동주택 건립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반문할수도 있겠지만 아파트 입주민들이 공장 내부를 24시간 지켜볼수 있는 감시 상황 연출과 함께 아파트값 사수 및 상승을 위한 집단적인 잦은 민원 제기 우려 등을 상상해 보면 기업들이 왜 그토록 공동주택 건립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아무쪼록 전북도와 익산시가 기업들의 고충 민원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가닥의 희망을 걸게 하지만 이런저런 법적 제도나 절차를 따지기에 앞서 있는 집토끼라도 제대로 지켜줬으면 한다.

보다 활기찬 기업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주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깨는 우를 절대 범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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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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