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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나의 수필의 산고(産苦)

윤철
윤철

나는 글을 좀 쉽게 쓰는 편이다. 처음에는 대략의 얼개에 맞춰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다가 곧 생각나는 대로 그리고 느낌이 오는 대로 그냥 줄줄 써내려 간다. 단어의 선택이나 문장의 길고 짧음에도 별로 구애받지 않는다. 생각이 중간에 끊길까봐 오히려 서두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쓴 수필은 초고가 아니라 메모해 둔 내용을 주제에 따라 순번에 맞게 정리해 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서 퇴고 과정이 더 어렵고 힘이 든다. 어떤 때는 퇴고를 마친 원고와 초고를 비교해 보면 완전히 개작 수준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어 폐기해 버릴 때도 있다. 그리고 다시 작품이 마음에 들 때까지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절차탁마(切磋琢磨)를 거듭한다.

퇴고를 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치는 문제는 단어의 선택이다. 쉬우면서도 의미 전달이 분명한 단어를 찾아서 적절하게 사용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같은 단어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유의어를 찾아 쓰고 문장의 어순이나 표현을 유연하게 바꾸는 일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참을성을 가지고 여러 번 읽으면서 고민하고 다듬어야 하는 만큼 시간도 많이 소비된다.

문장도 짧은 문장, 긴 문장이 적절히 배합되도록 조절한다. 문법은 물론이고 문장의 앞뒤 연결을 자연스럽게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수님께서는 생선을 토막 내어 요리하듯 수필의 문장 역시 그렇게 토막을 내서 쓰라고 하셨다. 그렇게 쓰다보면 어떤 때는 너무 토막을 냈는지 글이 딱딱할 때도 있다. 그리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 목에 숨이 턱턱 걸린다. 이는 유연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생선을 적당한 크기로 절단 해 주듯 문장도 적당하게 토막을 내주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과 함께 또 다시 문장을 붙였다 잘랐다 반복하며 다듬기를 거듭한다. 그러나 토막을 낸 문장들을 다시 적절한 접속어나 부사구, 수식어로 이어주는 일은 아직 시기상조다. 왜냐하면 아직 내게는 미치지 못할 만큼 높은 곳에 있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글은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삭제하고 간결하게 써야한다고 배웠다. 이것이 퇴고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한 번 써놓은 글은 마치 내 자식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너무 아까워서 함부로 잘라 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나무도 칼을 많이 댄 나무가 더 반듯하고 굵게 자라듯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자르고 비우는 과단성도 연마해야할 과제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데 퇴고는 끝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퇴고를 거듭해야 작가도 독자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어 놓을 수 있다. 글이란 산고의 고통을 딛고 새 생명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내 놓은 내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아쉬움이 생긴다. 잘못되고 미진한 부분이 그때서야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주먹으로 가슴만 칠뿐이다. 그리고 나서 내가 보관하고 있는 원본 원고라도 고쳐 놓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앞으로는 내 작품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끝없이 퇴고를 거듭하는 수필가가 되어야겠다. 그것이 비록 산고와 같은 고통이 따르는 힘든 과정일지라도 기꺼이 감수하리라

 

* 윤철 수필가는 김제 출생으로 진안군 부군수를 역임하는 등 36년의 공무원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하여 현재 수필가로서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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