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옥형 정문 준공…옛 정문 두 달 넘게 방치
전북대 “전북 기업이 지원한 건축물이어서 방안 고심”
전북은행 “구체적 논의 없었지만 대학 측 결정이 중요”
전북대가 캠퍼스 품격을 높인다는 취지로 수십억 원대 한옥형 정문을 새로 지었지만, 여전히 옛 정문을 바로 앞에 세워둬 예산 낭비와 미관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옛 정문을 철거 또는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2017년부터 한옥형 정문을 계획·조성하는 동안 내부적으로 옛 정문 처리·활용에 대한 방안 마련도 없던 것으로 드러나 ‘선 사업 후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옥형 정문은 지난 2017년 이남호 전 전북대 총장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를 만들겠다며 추진했던 ‘한스타일 캠퍼스 사업’의 핵심 건축물 중 하나다.
정식 명칭은 ‘큰사람교육개발원’. 지상 2층 규모의 공(工)자형 한옥 건물은 한국적인 정취로 방문객을 맞는 정문이자 신설된 교양 프로그램을 통합·총괄하는 공간이다. 투입 예산만 국고와 자치단체 지원금, 기부금 등 약 70억 원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한옥형 정문 설립 공사는 지난 6월 준공됐다.
그러나 새 정문 바로 앞에는 두 달 넘게 옛 정문이 남아 있다.
전북대 재학생 송수연 씨는 “정문은 대학의 첫 느낌을 주는 관문이자 랜드마크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 원을 들여 새 정문을 지은 것 아니냐”면서 “입구에 큰 조형물이 두 개가 겹쳐 있어 복잡해 보인다. 뜻이 있어 새 정문을 지었으면 옛 정문을 정리해야 하고, 두 개를 그대로 둔다면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전북대도 옛 정문 처리 방안을 두고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1994년 완공된 옛 정문은 도내 기업인 전북은행이 지역 대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기부한 예산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당시 전북은행이 약 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전북대도 거액을 기부한 전북은행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전북대 관계자는 “우리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옛 정문 역시 상징성이 있고 전북 기업이 우리 학교를 응원한 의미와 고마움도 깃든 건축물이어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전북은행이 재투자할 의사가 있다면 파리 개선문-신개선문처럼 옛 정문을 이전해 전통과 미래를 연결하는 랜드마크로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 말했다.
옛 정문이 20년 넘는 역사가 깃든 전북대의 근대 건축물이기에 이전하자는 시각도 나오지만 사실상 이전의 의미는 크지 않아 보인다. 건물이 철골·콘크리트 구조여서 허물고 같은 외형의 건축물을 다시 짓는 셈인 데다 예산 역시 철거 비용보다 두 배 넘게 소요된다.
이에 대해 전북은행 관계자는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결정이 중요하다. 우리가 학교 측에 요구할 성격의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북대 관계자는 “한옥형 정문 조성사업과 관련 옛 정문 처리 방안은 없었던 상황이다. 이른 시일 내에 공론화해 결정안을 합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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