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석정집’, 전북 지역민이 마음 모아 간행하다

석정집石亭集, 이정직李定稷(1841-1910), 1923년, 책, 종이에 인쇄(신연활자본), 30.4×19.0cm, 이종석 소장.
석정집石亭集, 이정직李定稷(1841-1910), 1923년, 책, 종이에 인쇄(신연활자본), 30.4×19.0cm, 이종석 소장.
석정집石亭集, 이정직李定稷(1841-1910), 1923년, 책, 종이에 인쇄(신연활자본), 30.4×19.0cm, 이종석 소장.
석정집石亭集, 이정직李定稷(1841-1910), 1923년, 책, 종이에 인쇄(신연활자본), 30.4×19.0cm, 이종석 소장.

타고난 바탕이 뛰어나니, 재예인들 어찌 부족하랴.

보면 곧 깨달아 막히지 않고 원활하여라.

세간 명리에 벗어나고 얽매임 싫어하는 성품이셨다.

처세는 그 나름의 방법이 있어 세속에 뒤섞이지 않고 여유로우셨네.

어린아이, 아낙네도 좋아하였고 평이한 마음, 모나지 않았다. - <裕齋集>

 

이정직(李定稷, 1841~1910)의 제자 송기면(宋基冕, 1882~1956)이 스승 이정직이 돌아가신 후 남긴 시이다. 제자 송기면이 회고한 스승의 모습처럼 이정직은 명리名利를 따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아우르고 보살피는 마을의 지도자였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여러 예술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곤 했다. 하지만 이정직은 고법古法(옛 사람의 높은 법)을 배우고 옛 스승의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할 뿐, 그림과 글씨로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다.

1894년 5월부터 세상을 떠난 1910년 11월까지 이정직은 김제에서 저술 활동에 전념했고, 산문 273편과 시 927제題 1279수를 남겼다. 이정직은 생전에 자신의 글을 <연석산방미정문고燕石山房未定文藁> , <연석산방미정시고燕石山房未定詩藁> 등으로 정리했다. 산문은 세상의 이치를 논증하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내용을 담은 논변체論辯體 산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정직은 진실한 마음을 담백하고 쉬운 시어로 표현한 시를 좋은 시로 생각하고 그런 창작을 했다.

이정직의 소탈한 성품과 1910년 우리나라가 처했던 상황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문집을 간행할 수 없었다. 마을의 지도자였던 이정직의 저술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사람들이 힘을 모았고, 10여 년이 지난 1923년 드디어 <석정집石亭集> 이 간행됐다.

<석정집> 에는 김영한金寗漢(1787~1950), 이건방李建芳(1861~1939)이 쓴 서문序文과 최보열崔輔烈(1847~1922)의 발문跋文이 있으며, 이정직의 오랜 벗 황현黃玹(1855~1910)이 1901년 이정직의 회갑을 맞이해 지은 ‘경수석정선생육십일세서慶壽石亭先生六十一歲序’를 서문으로 대신 싣고 있다. 이정직이 자신의 문집에 황현의 글을 받고 싶다는 스승의 평소의 희망을 제자들이 실현한 것이다.

송기면을 비롯한 <석정집> 을 편집한 제자들이 이정직의 도학적道學的 측면을 부각시키려다 보니 ‘이기설理氣說’, ‘태극설太極說’과 같은 성리학적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다. <석정집> 은 문집 간행 이후에도 꾸준히 교정해 오자誤字를 찾아 문집에 정오표를 함께 수록하는 등 편집자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문집이다.

마을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던 생전의 이정직의 모습을 보여주듯 <석정집> 은 제자와 지역사람들의 힘을 모아 간행됐고, 마지막 부분에는 간행에 참여한 80여 명의 제자와 지역 유지의 이름을 담고 있는 뜻깊은 책이다.

 

/이기현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남원 교차로서 사륜 오토바이와 SUV 충돌⋯90대 노인 숨져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