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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작가'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시에 담다

군산시, '할매, 시작(時作)하다' 시집 발간

군산시늘푸른학교에서 문해교육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
군산시늘푸른학교에서 문해교육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

‘공부한다고 하네. 공부한다고 하네. 나 혼자 설레이고 너무 좋았네. 더 많이 배울거라서 기분이 좋네.’

군산시늘푸른학교에서 문해교육을 배우고 있는 문홍례 할머니(78)의 시(詩)이다.

군산시가 문해학습자들이 직접 쓴 작품을 모아 ‘할매, 시작(時作)하다’라는 시집을 발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시집에는 지난 아픔과 가난으로 인해 최소한의 배움을 얻지 못한 수많은 어르신들의 설움과 한이 묻어져 있다.

또한 배움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누구보다 열심을 갖고 하나하나 글을 배우고 깨우치던 문해학습자들의 열정이 담겨져 있다.

이번에 제작된 시집은 문해학습자들에게 배움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에 용기를 심어 주고자 추진됐다.

어르신들의 배움의 장이 되고 있는 군산시늘푸른학교는 지난 2008년 ‘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돼 군산시 직영 체제로 바뀌면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현재 42개소 읍면동에서 56개 과정의 문해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단순히 한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수학·영어·미술 등 다양한 수업과 함께 문해 한마당 등 체험 학습프로그램 등이 진행돼 글을 몰라 답답했던 일상의 불편함에 대한 해소는 물론 삶의 질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는 학습자들이 글을 배우기 전 가족이나 이웃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글을 몰라서 당했던 서러움, 글을 알고 나서 느낀 행복 등 문해학습자들이 살아온 날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번 시집에는 올해 92세가 되는 학습자의 시도 실려 관심을 받고 있다.

공부한지 5년이 된 이 학습자는 “경로당에서 무의미한 시간만 보내다가 한 자 한 자 글을 배우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남은 인생에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까막눈으로 살아온 인생이 시 한 편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글을 배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문해 학습자들을 보면서 한글의 중요성과 문해교육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는 순간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늘푸른학교장은 “평균 나이 75세의 학습자들이 평생을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스스로 읽고 쓰지 못하는 아픈 시간을 견디며 그 한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느리지만 끝까지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인생 100세 시대에 아름다운 희망을 찾는 배움의 장이 되도록 적극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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