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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당의 몰락

권순택 논설위원

이번 21대 총선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생당이 단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한 채 전멸했다. 4년 전 민생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이 전북 7석을 비롯해 호남에서 23석을 휩쓸면서 압승했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라 야당에 대한 냉혹한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무능하고 갈등만 부추기는 야당에 대해 유권자는 가혹하리만치 철퇴를 들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민생당의 몰락은 이미 예고되었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창출임에도 민생당에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었다.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등 중진들이 포진했지만 이미 한물간 구세대에 불과하다. 당내에 미래권력이 없다 보니 난데없이 호남대통령론을 들고나왔다. 그것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를 호남출신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호남대통령을 만들려면 호남 유권자는 민주당을 선택하지, 민생당을 찍을 리는 만무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패착이었다.

극심한 계파 싸움과 이합집산도 민심 이반을 자초했다. 국민의당 간판으로 호남에서 압승하고 비례의석을 17석이나 확보했지만 안철수계와 호남계의 고질적인 내분사태로 인해 결국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신당 등으로 갈라섰다. 그러다 총선이 다가오자 다시 민생당으로 헤쳐 모였지만 이미 호남의 표심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기대하며 지역구 10석, 비례대표 10석 등 총 20석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당 간판격인 정동영 박지원 천정배 유성엽 조배숙을 비롯해 지역구 출마자 52명 전원이 낙마했다. 비례대표 후보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20명을 등록했지만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다.

창당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원외 정당으로 전락한 민생당은 이제 생존기로에 놓여있다. 당의 주축이었던 정동영 손학규 박지원 천정배 박주선 등 올드보이들은 퇴장을 선언했다. 중진인 유성엽 의원도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계 은퇴에는 선을 그었다. 이번 총선 당선자 중 90명이 선거법 위반 수사대상에 올라 있어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재·보궐선거가 예상되고 2년 뒤 대선과 지방선거도 있기에 다시 민심의 풍향계를 엿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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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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