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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이팝나무의 슬픈 사연 - 추원호

오월이 되면 길가에 서 있는

백설기 떡처럼 하얀 꽃잎

쌀밥처럼 풍성한 이팝나무들

 

여기에는 말할 수 없는

또다른 슬픈 사연이 있다

 

그 옛날 쌀밥이 없어

보리밥만 먹던 보릿고개 시절

갓난아이 태어났지만

먹을것도 없었던 때

 

엄마 젖도 나오지 않자

어미 빈 젖만 빨다가

따뜻한 엄마 가슴에 묻고

세상을 떠났던 어린 아기

 

그 아기를 산에 묻고

자리를 떠나지 못하던 아빠

슬픈 마음 가지고 산속에서

어린 이팝나무를 캐어

아기 무덤 옆에 심었다

 

천국에서 쌀밥을 바라보며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염원했다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이팝나무를 그 옆에 심었고

이팝나무의 공원이 되었던 곳

 

그곳이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마령초등학교 자리이다

 

오늘도 길가에 수북이 쌓인

하얀 이팝나무 꽃가루를 보며

밥그릇에 쌓아 놓고

그 아기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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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춘궁기라고 말하는 이때, 수북하게 담은 쌀밥 한 그릇을 따뜻하게 건네는 이팝꽃이 핀다. ‘이팝’은 이밥, 즉 쌀밥이다. 요즘은 보릿고개가 거의 없어졌다. 그래도 어느 한구석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허리끈을 졸라매는 이웃이 있을 수도 있다. 나무도 쌀밥을 건네주는 때, 어려운 이웃에게 기꺼이 손 내밀자.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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