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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AX 오픈 퍼포먼스

AX 오픈 퍼포먼스에서 여성 파트너의 몸에 ‘I LOVE YOU!‘와 ’I HATE YOU!’를 쓰고 있는 장면.
AX 오픈 퍼포먼스에서 여성 파트너의 몸에 ‘I LOVE YOU!‘와 ’I HATE YOU!’를 쓰고 있는 장면.

AX 그룹 창립전 오픈 때 교토에서 했던 퍼포먼스, ‘I LOVE YOU, I HATE YOU!‘를 재현하려 했던 것은 AX 그룹이 갖는 실험적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교토에서와 같이 여성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다. 전통적 도시 전주에서는 전위적 성향의 파트너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만나는 여성 작가들에게 넌지시 의향을 물으면 옷을 벗는 대목에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여성 파트너가 먼저 나와 관객을 마주보고 옷을 천천히, 하나씩 벗어서 나체가 되면 관객을 응시하다가 벽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고, 그때 내가 나가서 등에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한 작가의 소개로 알게 된 김진영은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미술과 사진 분야에서 모델로 활동해왔고, 퍼포먼스 작업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동안의 생각 기간을 갖더니 그녀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옷을 차례차례 벗으라는데, 옷을 찢으면서 벗으면 안되냐는 것이다. 순간 나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대답했다. 두 번째 질문은 옷을 다 벗고 관객을 응시하다가 뒤 돌아 서는 대목이 있는데, 자신은 계속 관객을 마주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관객을 당당히 바라보는 그 모습을 얼굴로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도 좋은데 신체 전면에 글씨나 페인팅을 해도 좋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녀는 또 흔쾌히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토에서와 다른 뉴앙스의 행위가 펼쳐지게 되었다.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오프닝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김진영은 예정대로 옷을 찢으면서 벗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지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팬티까지 찢어 바닥에 버리고 관객을 응시할 무렵 전시장 안은 숨 막히게 조용해졌다. 나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나아가 비닐봉지 안에 담긴 검정 펜을 꺼내 ‘AX’라는 글씨를 그녀의 몸 위에 선명하게 썼다. AX 창립전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빨간색 물감을 손가락으로 찍어 ’I LOVE YOU!‘를, 검정색 물감을 찍어 “I HATE YOU!’를 썼다. 그리고 그녀의 몸 위에 여러 가지 페인팅이 가해졌다. 몸은 일종의 표현의 장, 캔버스로 변모하고 있었다. 인간의 드라마틱한 감정이 사랑과 미움 사이에 있다면, 몸은 그 드라마가 펼쳐지는 전장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운명처럼 자신의 신체성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신체성이 자신을 담보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 모조리 벗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 그리고 모두 다 벗고 우리는 동등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한 순간 깨달을 수 있다.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공감대는 이어지는 뒷풀이 장에서도 지속되었다. 그래,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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