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 주필
서서히 노란 국화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핏빛 꽃무릅이 피어 있지만 예전처럼 눈에 잘 안들어온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동제한으로 보며 가며 즐기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그렇게 인산인해를 이뤘던 전주한옥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서울 명동 뒷골목처럼 날마다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던 태조로에 관광객이 급감 적막감이 나돈다. 언제부턴가 전주는 도청 앞 신시가지와 관광호텔 객리단길을 제외하고는 저녁 10시 이후에는 적막강산이다. 젊은 청춘들이 전남 자도주인 잎새주를 실컷 마시며 여수 오동도 밤바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굳이 부산갈매기를 외치는 해운대의 야경을 들먹일 것 조차 없다.
60 이후 나이드신 전주 시민들 조차 갈수록 전주가 생기를 잃어간다고 걱정한다. 젊은 청년층이 외지로 빠져 나가고 기존 중심시가지의 기능이 외곽으로 분산된 탓인지는 몰라도 예전 같은 기를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전라감영이 복원돼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지만 얼마만큼 그 역할을 할지 미지수다. 사실 전주에 전남북과 제주도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이 있었다는 게 자랑거리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를 살기좋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전주에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서 묘한 병(?)만 생겼다. 그게 전주병인데 한마디로 무기력증이나 다름없다. 도전정신도 없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부족한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무력증에 빠져있다보니까 시민정신마저 안일하게 보인다. 왜 전주가 이렇게 됐을까.
원인은 정치적 소외에서 비롯됐지만 그보다는 특정정당 위주로 선출직을 뽑다보니까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표로 뽑힌 게 문제였다. 선거 때 만든 이너서클이 알게 모르게 시장을 움직이는 중심축으로 작용,경쟁관계가 아닌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이 속빈강정이 되었다. 여름철 덥다고 무작정 나무만 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역전 구불길, 중앙동 길, 선미촌길, 전주완산서에서 완산교에 이르는 길을 뜯어 고친다는 게 오히려 잘못됐다. 도로는 혈관과 같아 반듯한 길을 돈 들여 뜯어 고치는 게 아니다. 슬로시티 건설은 기능회복과 재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한마디로 선거 때 이기려고 철저히 시민을 편가르기 한 게 잘못이다.
지금 전주시민은 날마다 같은 환경을 반복적으로 보니까 익숙해져 뭐가 문제인지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등 외지에 사는 출향인사들은 객관적으로 전주를 바라보고 좋은 정보를 접하다보니까 아주 비관적으로 본다. 출향인사 중에는 경쟁속에서 노력해 성공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지역에 오래 산 사람들은 바깥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채 외골수로 흘러 우물안개구리 같은 사고를 한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전주천 수달 보호도 중요하지만 황방산 터널을 뚫는 게 시급하다. 전주감영 준공을 계기로 전주 자존심을 되찾아 전주가 변방이 아닌 중심도시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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