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완주·전주 통합은 시기와 조건이 성숙되어야 하고 주체는 완주 군민이어야 한다. 최근 전주시의 일부 인사들이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자는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당위론적으로 보면 전북의 가장 중요한 현안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지난 시기 몇 차례의 통합 움직임이 좌절되었고 특히, 2013년에는 주민투표까지 했지만 완주 군민에 의해 부결되었다. 통합 논의를 철저한 준비 없이 당위로만 진행해서는 지역 주민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결과에 따른 상처와 후과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새로운 통합 운동의 전제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다시는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운동 추진에 앞서 2013년 통합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송하진 시장과 임정엽 군수의 주도 아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여론 조사도 찬성이 높았고 완주지역의 주민 투표 결과를 낙관해서 통합이 거의 성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와 지지 기반을 상실할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완주지역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은 드러내 놓고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조직하였다. 이는 충분히 예견되었다. 가장 큰 실수는 더 큰 배후 세력의 영향력과 활동을 간과한 것이다. 배후의 반대 세력에 의해 통합이 좌절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력한 영향력과 조직력을 이용하여 반대운동을 배후 조종하고 이를 조직한 다양한 세력들이 있었다. 결국 이들의 물밑 움직임과 무차별적인 반대 조직은 완주 군민의 빈틈을 헤집고 부결이라는 통한의 결과로 나타났다. 통합 운동은 세밀한 분석과 대응 없이 덤빌 일이 아니라는 교훈을 뼈아프게 안겨주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장 강력한 배후세력은 김제 ·완주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최규성 의원과 김완주 지사, 민주당 도당이었다. 민주당 주요 기반인 전주와 완주의 단체장이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찬성 지지를 얻었던 뒷배(?)들에게 배신당하고 등에 칼을 맞은 꼴이었다. 뒷배들은 전북 도민의 숙원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신의 정치적 영달만을 꾀했다. 이러한 뒷배들의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완주를 정치기반으로 하는 세력들의 반대가 완강했으며 세금 폭탄을 비롯한 묻지마식 선동이 먹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보이지 않는 반대 세력이 더 있었다. 완주의 공무원들의 다수가 통합 이후의 불확실성으로 반대에 동참하였고 귀농과 귀촌, 농촌 교육 공동체를 꿈꿨던 세력들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반대하였다. 김승환 교육감 체제의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반대도 노골적으로 전개되었다. 전주와 완주 이외 지역의 송 시장과 임 군수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말로는 지역발전을 외치면서도 오직 자신의 정치적 영달과 기득권에 안주하려 유불리만 따지는 세력의 두꺼운 벽이 대의를 짓밟고 전북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완주의 분위기는 과거보다도 더욱 복잡한 형국이다. 선거구는 완주 진무장으로 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현 군수는 통합은커녕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여 15만 자족 도시를 표방하며 홀로서기를 통한 입지 강화에 올인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역의 완주·전주 통합 추진 움직임을 보며 내심 반가우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우려스럽기도 하다. 추진 인사들이 정치색과 조급성을 버리고 당위성만을 앞세우지 않으며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양한 난제들을 뚫고 완주 군민을 주체와 주인으로 세울 수 있는 슬기로운 운동으로 성숙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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