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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오페라 ‘나비부인’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공식홈페이지에 독도가 일본 영토로 오해 될 수 있는 지도를 내걸었다.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는 이 지도를 들여다보면 시네마현 위쪽에 그 존재를 알리는 작은 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 독도다. 극단적 국수주의에 군국주의 체제가 견고한 일본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발휘한 셈이다.

뜻밖의 기회에 일본을 다시 알게 해준 사건(?)이 있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의 일이다. 에든버러 축제는 프랑스 아비뇽 축제와 함께 가장 이름 높은 공연예술 축제로 꼽힌다. 도시를 살려낸 유럽의 축제들이 대부분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중심의 축제인 것과는 달리 에든버러 축제는 클래식과 오페라에 무용의 영역을 더해 축제의 폭을 넓히고 발전시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크고 작은 공연예술작품 중에는 이곳 에든버러 축제를 통해 발굴된 무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축제의 위상이 높다는 증거인데, 특히 에든버러 축제를 알리는 개막 공연은 늘 화제가 되었다. 해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펼쳐내는 개막무대가 곧 이 축제의 성장을 알리는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4년 에든버러 개막공연은 이례적인 무대였다. 그해 개막공연에 오른 작품은 <나비부인> . 공연단은 일본의 도쿄오페라단이었다. 전해 듣기로는 그해 축제의 가장 큰 스폰서는 일본(도쿄시)이었고, 도쿄오페라단이 개막 무대에 초청된 배경에는 이러한 힘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그 때문에 한편에서는 에든버러 축제의 정통성이 자본의 힘에 밀려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진면목을 알게 해준 것은 따로 있었다. <나비부인>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키고 있던 강렬한 인상의 배경막이다. 무대 뒤 벽면 중심에 그려 넣은 붉고 큰 원. 무심히 감상했던 그 무대 배경이 ‘일장기’를 그대로 옮겨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하얀 벽면에 활활 타오르는 듯 한 그 붉은 원이 예술적 감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이유가 거기 있었다.

도쿄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잘못된 지도는 아직 수정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강력하게 시정 요구를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일본 정부는 수용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지도에 다케시마가 한국령으로 돼 있는 것을 알고 있냐”고 반문하는 글을 올렸을까.

과거를 돌아보면 올림픽 정신까지도 훼손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일본의 행태는 특별히 놀라울 일도 아니다. 시대가 변해도 무너지지 않는 일본 국수주의의 정체가 궁금해질 뿐.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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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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