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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고삐 푼 전주시

권순택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전주시가 최근 대박을 낸 전주 호성동 공동주택 용지는 민간인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기발한 땅테크였다. 애당초 이 부지는 무연고 분묘들이 산재한 공동묘지 터였다. 에코시티가 조성되면서 도시 미관 저해와 생활권 침해 문제가 제기되자 전주시는 2만여 기에 달하는 무연고 분묘 정비사업을 4년여에 걸쳐 추진했다. 이후 2018년 4월 자연녹지였던 공동묘지 터 2만2317㎡를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

전주시는 올해 초 분묘 정비사업이 완료되자 지난 4월 해당 부지에 대한 매각 입찰 공고를 냈다. 매각 예정가격은 231억 원으로 3.3㎡당 341만 원 선이었다. 에코시티 분양가 340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온비드를 통해 매각 입찰을 진행한 결과, 전국 부동산 개발 및 건설업체 32곳이 몰리면서 응찰가격도 폭등했다. 매각 예정가격의 2배 이상 써낸 업체들이 많았지만 최종 낙찰가는 812억 원에 달했다. 예정가 대비 3.5배가 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전주시는 일거에 막대한 세수를 확보했지만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땅장사에 나섰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생태문화도시를 표방한 전주시가 쾌적한 도시환경과 정주여건 조성에 행정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함에도 되레 자연녹지를 풀어서 아파트 개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주시는 여름철엔 도심 열섬현상으로 인해 ‘전프리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천만그루정원도시계획 사업을 추진하고 도로를 파내 나무 숲길을 조성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녹지를 없애고 공동주택 건축을 허용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전주시가 옥죄어온 아파트 분양가 고삐를 스스로 풀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전주시는 에코시티 아파트 분양가를 3.3㎡당 800만 원대 밑으로 억제해왔다. 하지만 이번 공매를 통해 공동주택부지 땅값이 에코시티 토지 분양가의 3.5배가 넘는 3.3㎡당 1213만 원에 달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지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해당 부지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600만 원대는 돼야 사업성이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 부지는 분양가 상한 제한을 받는 공공택지도 아니다. 결국 전주시가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아파트 분양가 고삐만 풀어준 셈이다. 분양가 고삐가 풀리면 그 부담은 그대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전가되고 그만큼 무주택 서민과 젊은층의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지게 된다. 행정이 수익사업에 나서지 못하게 막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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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st@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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