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진안 마령면 오동마을.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남부러울 게 없던 곳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최근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무진장축협이 이곳에서 수십 년 운영 중이던 노후화 된 ‘양돈 돈사’를 폐쇄하지 않고 ‘시설 현대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100미터 인근 부지에 신축 이전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때문.
22일 오동마을 주민 50여 명은 진안군청 광장에 모여 “40년 동안 생존권을 침해한 무진장축협은 ‘양돈 돈사(돼지 사육시설)’를 즉각 폐쇄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 벌인 이날 집회에서 주민들은 축사 신축이전을 하려 하면서 ‘시설 현대화’또는 ‘개축’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다면 그것은 꼼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무진장축협은 새끼돼지 보급 사업을 위해 오동마을에 종돈(새끼 돼지) 돈사 단지를 조성, 40년가량 운영해 왔다. 하지만 사실상 종돈 아닌 부적절한 양돈(비육 돼지) 사업을 해 오면서 악취 저감 대책에 신경을 쓰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환경권을 심각히 침해해 왔다는 것.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돈사의 돼지 개체수는 6000두가량이다.
무진장축협은 70억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종돈시설을 신축 이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는 조정평 마을 이장을 비롯한 귀농인, 출향 향우 등 50명 가량이 참석했다. 중복이 하루 지난 ‘대서(大暑)’ 절기 임에도 고령의 주민들까지 가세, 결연한 의지를 표현했다.
조정평 이장은 “(행정 공무원이 책상에서) 손가락 한 번 까딱 한 것 때문에 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악취 속에서 무려 40년 동안 고통을 받았다”며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신축이전 한다면 앞으로도 최소 40년 이상을 또 다시 악취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건 끔찍한 일”이라고 격정을 토로했다.
오래된 귀농인 박영조 씨는 “그동안 축협은 악취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한 게 하나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인근으로의 신축이전은 어불성설이고 노후화된 시설은 아예 폐쇄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송재헌 전 재전마령면향우회장은 “개별 농가가 신축하려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라며 “힘 있는 기관이라서 신축을 허락해 주는 건 꼼수일 뿐”이라고 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동마을 주변은 무진장축협 종돈시설 말고도 축분을 원료로 하는 퇴비공장이 들어선 지 오래다. 소·돼지·닭 등을 사육하는 대규모 축사들도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이로 인해 축분 악취로 인한 대기오염은 물론 분뇨유출에 따른 수질오염 또한 심각한 상태다. 또, 농지는 물론 산지까지 무분별하게 개발돼 곤충사·토끼사 등으로 허가받은 편법 태양광 설비가 우후죽순 들어 서, 마이산이 압권인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마령고) 인근까지도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관계당국은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무진장축협 한 임원은 "많은 예산 들여서 악취 저감 현대화 시설을 하려는 것이니 주민들이 협조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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