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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컷은 페미인가?

이춘주 정읍여자고등학교 교사

△주제 다가서기

안산은 페미인가? 올림픽 3관왕 양궁 선수 안산이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은 그의 금메달 때문만은 아니다.

안산의 숏컷, 여대, 과거 사용한 용어 등이 급진 페미니스트의 증거라는 주장들이 있었고, 이 의견들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동조하거나 꾸짖는 의견들이 급속하게 튀어나왔기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고 꾸짖는 기사와 주장이 대부분이지만, 의도적으로 논란을 확대해서 성차별과 성적 반감을 부추기는 현상도 보인다.

안산 선수 논란을 제재로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관련교과 및 단원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평화와 세계 시민, 갈퉁의 평화개념과 연결하여 지도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문화와 윤리, 의식주 윤리·다문화사회의 윤리. 갈등해결과 소통의 윤리에 연계하여 지도

 

 

△신문읽고 생각하기

읽기자료1: 국제 망신거리 된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

안 선수의 머리 모양이 쇼트커트이고 여대에 재학 중이며, 일각에서 남성 혐오적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용어를 과거 SNS에서 쓴 적이 있다는 이유로 그가 페미니스트로 의심된다는 주장을 최근 일부 네티즌이 제기했다. 그리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안 선수를 향해 정체를 밝히고 페미니스트라면 사과하라는 요구가 나왔다. 안 선수의 SNS에 욕설을 남기고, 한국 양궁협회에 전화해 안 선수의 메달과 국가대표 자격박탈을 촉구한 사람도 있었다. 페미니스트로 의심하는 이유도 터무니없고, 페미니스트일 경우 사과하고 메달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많은 매체들이 이 소란을 ‘페미논쟁’ ‘쇼트커트 논란’이란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한쪽의 주장에서 최소한의 상식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논쟁·논란이란 표현을 잘못됐다. 이번 일은 안 선수에 대한 사이버 테러이자 혐오범죄이며, 한국 사회 구성원 중 일부가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뒤틀려 있음을 보여주는 병리적 현상이다.(이하 생략)(국민일보 2021.7.31.사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을 나열하고 각각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적어보세요.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보내고 싶은 말을 적어보세요.

 

읽기자료2: “산아 힘들었지? 잘 이겨냈어 다음 파리 올림픽도 나가자”

안산은 특히 개인전 준결승과 결승에서 두 차례나 슛오프를 이겨냈다. 런던 대회 개인전에서 슛오프 경험을 해봤던 기 위원은 “그 때는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오고 아무것도 안 들린다. 연습 때의 루틴만 계속 머릿속으로 주문처럼 말한다”며 ‘산이는 나보다 굉장히 덤덤하게 경기를 잘 운영했다“고 칭찬했다.

활을 들고는 포거케이스를 유지하는 안산이지만 양궁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스무 살 또래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최미선은 ”실제로 지내보면 장난도 많이 친다. 붙임성이 있다“며 그의 쾌활한 성격을 전했다. 그러면서 ”산이는 한국 양궁 역사에 크게 남을 선수다. 다음 2024년 파리 올림픽은 함께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경향신문 2021.8.2.22면)

 

-슛오프가 무엇인가요?

-내가 슛오프 자리에 서 있을 때의 심정을 적어보세요.

-두 번의 슛오프를 통과한 안산 선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보세요.

 

 

△깊게 생각하기

읽기자료3: “쇼트컷은 페미”공격 ‘긴 머리·화장’ 여성의 표식 어겼다는 괘씸죄

나치가 유대인에게 별을 달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대인의 외모는 일반적인 유럽인들과 한눈에 봐서 분간하기 어렵다. 그래서 독일인 사이에 섞인 유대인을 빨리 알아보기 위해 차별의 표지를 부착시킨 것이다. 구별할 수 있어야 차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치마와 긴 머리카락, 화장을 요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화장 안한 얼굴에 짧은 머리카락, 헐렁한 상의, 통 넓은 바지 차림이면 얼핏 보아 남성들 틈에서 여성을 구별해낼 수 없다. 즉 유대인의 별이나 여성성을 드러낸 차림은 둘 다 2등 시민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쉽게 구별하여 차별할 수 있게 하는.

성인여성이 화장을 안 하고 꾸미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 꾸밈을 하지 않는 여성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유대의 별’을 달고 나오지 않은 것이므로 상대하는 남성의 기분-1등인간이란 우월감-을 상하게 한다. 상대 여성이 아무 무례한 언행을 안 했어도 자신과 동급인 디폴트 인간으로 하고 나온 것 자체가 무례하다. 남성인 자신이 무시당한 것 같다. 하급 인간인 주제에 자신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므로 괘씸하다.

(중략)

핵심은 여성인 주제에 남성과 구분이 가지 않는 차림을 하는 것을 문제로 여긴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쇼트컷을 한 여성을 페미니스트로 여겨서 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2등 인간이므로 남성과 쉽게 구별되어야 하는데, 구별할 수 있어야 차별을 할 수 있는데, 그 구별을, 차별을 없애려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한국일보 2021.7.31.11면)

 

-우리 주변에 구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경찰, 군인)

-이들은 왜 구별이 필요한가요?(장점과 단점 생각)

-여성과 남성의 구별되는 점을 나열해보세요.

-나열한 요소들을 생물학적 구별과 사회적 구별을 분류해보세요.

-사회적인 구별이 왜 필요할까요?

 

 

읽기자료4: 갈퉁(Galtung, J.)의 평화 개념

갈퉁은 평화를 모든 종류의 폭력의 부재나 감소라고 정의한다. 그는 폭력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각각에 대응하는 세 가지 평화를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직접적 평화는 한 개인에게 직접 가해지는 언어적, 신체적 폭력[직접적 폭력]이 부재한 상태이고, 구조적 평화는 부정의한 사회구조로부터 발생하는 폭력[구조적 폭력]이 부재한 상태이며, 문화적 평화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같이 직접적이거나 구조적인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합법화하는데 이용될 수 있는 폭력적인 문화[문화적 폭력]가 부재한 상태이다. 그는 이 세가지 폭력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문화적 폭력을 찾아 그 해결방안에 대해 친구들과 논의해보세요.

 

△추천도서

제2의 성(시몬 드 보부아르 저)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성주의 사고의 문을 단숨에 열어주는 저자의 명언이 담겨 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페미니즘의 경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성성을 거부하는 여성에게 괘씸죄를 적용하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하며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학생 의견글

김서령(정읍여고2년)
김서령(정읍여고2년)

페미니즘을 향한 공격을 멈춰라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서 많은 선수들 중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한 안산 선수는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화제의 핵심은 금메달이 아니라, ‘숏컷’이라는 머리 스타일과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온라인 성차별 학대였다. 주요 외신들마저 관심을 갖고 보도하며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었다.

안산 선수를 공격하는 이들은 숏컷, 여대생, 남혐 용어 사용을 근거로 대고 있다. 기가 찰 노릇이다. 가장 사적이며 자기표현의 영역인 헤어스타일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은 인격의 기본을 의심받을 일이다. 여대를 다닌다고 급진 페미로 굴레 씌우는 것은 더욱 악의적이다. 현존하는 여자대학의 정체성마저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웅앵웅’, ‘오조오억’이라는 단어들은 남성 비하 표현도 아니며,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그를 ‘남혐’ 페미니스트라고 선동하기 위해 날조한 것일 뿐이다.

페미니스트는 잘못되거나 배척 대상이 아니다. 안산 선수가 설령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페미니스트는 여성우월주의자가 아닌,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의 사회 정치•법률상의 권리 확장을 주장하고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페미니스트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하려는 취지인 것이다. 일부 여혐주의자들이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행보를 일반화하여 페미에 대한 반감을 키워나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고 페미니즘을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는 한국의 현실에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깝다. 안산 선수에 대한 공격을 비판하고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내가 남녀공학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선뜻 이 입장을 공표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든다. 그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사회를 압도하는 느낌이다. 안타깝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성별에 관계없이 편하고 자유롭게 쓰일 수 있고, 여성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본다.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 화장을 하든 안 하든, 여성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이다. 여성을 수동적인 프레임과 장벽 속에 가둬 두려는 공격들을 거부한다. /김서령(정읍여고2년)

 

 

김가을(정읍여고2년)
김가을(정읍여고2년)

부조리한 파수꾼 언론에게 철퇴를 보낸다

여느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겨울바람에 봄기운이 스미던 지난 2월, 새 교과서 13권 정도를 받아 들었다. 나는 한 가지 소소한 습관이 있다. 교과서를 받자마자 바로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미리 읽어보는 것이다. 단지 즐거워서였고, ‘파수꾼’이라는 작품은 1학년 때 배운 작품과 작가가 동일해서 특히 호기심을 느꼈다. ‘파수꾼’이라는 작품을 수업에서 배우면서 크나큰 매력에 빠져버렸다.

‘파수꾼’은 희곡이다. 촌장은 스스로의 이득을 위해 ‘늑대가 존재한다’는 거짓말을 꾸며낸다. 촌장의 사주를 받은 파수꾼은 망루 위에 서서 가끔씩 북을 쳤다. 북소리가 울리면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늑대를 피하려고 도망치다가 다리가 부러지거나 우물에 빠져 죽기도 했다.

‘파수꾼’의 이야기는 현재 안산 선수에게 비난을 가한 사태와 몹시 닮아있다는 생각이다. 안산 선수를 비난한 일부의 이야기를 언론은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북을 쳐댄 것이다. 마치 거대한 공격과 치열한 싸움이 실재하는 것처럼 상황을 조장한 것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논란에 여러 사람들이 끼어들면서 상황은 고조되었다. 이 싸움의 시작을 안산 선수라 여기는 사람들은 안산 선수에게 무분별한 비난을 퍼부었고 금메달을 반납하라는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철없는 일부 의견을 ‘공포의 늑대’로 보도함으로써 결국 ‘마을 사람들’과 같은 피해자 안산 선수를 만든 것이다.

나는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파수꾼 언론의 잘못 때문이라고 본다. 희곡에 등장하는 파수꾼은 높은 망루에서 멀리까지 내다보고 늑대가 없음을 알면서도 북을 두드렸다.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댓가로 파수꾼과 촌장은 이익을 얻는다. 촌장과 결탁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부추기던 파수꾼처럼, 자극적인 기사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언론의 거짓이 피해자 안산을 낳았다.

그 진실을 왜곡하는 파수꾼에게, 나는 감히 묻는다. 숏컷은 페미인가? 페미니즘은 죄악인가? 나의 대답은 당연 ‘아니다’였다. 숏컷이든 페미든 개인의 취향 문제를 사회적 공격의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언론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언론은 정보를 이용하여 민중을 통제하고 가상의 적까지 만들어낸다.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은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교묘한 논리로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부조리한 파수꾼에게 철퇴를 가하고 싶다. /김가을(정읍여고2년)

 

 

제작 = 이춘주 정읍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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