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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분구묘의 여명 (익산 율촌리 유적)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1997년 봄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잠깐 쉬고 있던 중, 익산지역 정밀지표조사를 나갔던 연구원으로부터 “교수님 예비군 참호 내에서 옹관이 노출되어 있고, 그 안에 토기가 한 점 놓여 있어요, 옹관묘 아닐까요?” 전화기 너머 다소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난 일상적으로 “수고했네, 근데 그곳이 어딘가?” “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등 율촌리라는 곳입니다”. 분구는 삭평된 채 주구만 남아 있기 때문에 ‘주구묘’라고 불렸던 익산 율촌리 ‘분구묘’ 발견 당시의 상황으로, 마한 분구묘의 원형을 알게 해 준 순간이었다.

율촌리 2호분 발굴전경
율촌리 2호분 발굴전경

현장을 방문해서 더욱 놀랐던 것은 아주 낮은 구릉을 엄폐물로 이용하여 예비군 참호를 설치했는데, 이 낮은 구릉 위에 볼록볼록하게 일렬을 이루고 있는 지형은 고분의 분구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분구묘에 대한 인식 없이는 육안으로 분별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높이가 1m 정도도 되지 않는 5기의 낮은 분구가 능선을 따라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2차에 걸쳐 분구묘 4기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각각 분묘들이 품고 있는 속성에서 마한 분구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호분의 분구는 남북 11m, 동서 7.8m로서 남북 방향으로 약간 긴 편이며, 높이는 75cm로 계측되었다. 분구의 성토는 7개 층으로 구분되며 분구 끝자락에서 주구가 확인됨으로써, 분구의 축조는 확인되었지만 묘의 중심시설인 매장주체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양상은 분구를 먼저 쌓고 나중에 매장부를 시설하는 소위 ‘선분구 후매장’ 의 분구묘 축조 방식이라는 매우 중요한 단서를 확인하게 되었다.

율촌리 2호 분구묘 내 옹관 및 청동시대의 석관
율촌리 2호 분구묘 내 옹관 및 청동시대의 석관

2호분과 3호분은 평면형태가 방형에 가까우며, 분구는 50~100cm에 불과하다. 내부에서 옹관과 선행 유구인 청동기시대의 석관이 노출되었다. 특히 2호분에서는 청동기 시대 석관의 석재를 이용하여 옹관을 둘러싸 보호하기 위한 흔적도 확인되었다.

율촌리 5호분 대형 옹관 출토상태
율촌리 5호분 대형 옹관 출토상태

5호분은 동서 15m, 남북 18.5m, 높이 1m 정도의 분구가 계측되었다. 분구 및 주구 내에서 대형 합구옹관 1기와 소형 옹관 2기, 그리고 청동기시대 석관 4기와 옹관 1기가 확인되었다. 대형 옹관은 두 개의 옹을 횡치하여 아가리를 맞댄 합구식으로 그 중 한 점은 민묘 축조과정에서 심하게 파괴된 채로 노출되었다. 옹관의 규모는 합구상태로 198cm이다. 북옹이 100cm, 남옹이 98cm로 계측되며, 옹의 두께는 무려 2~3cm나 된다. 아가리는 매우 넓은 편이며 어깨에는 거치문(鋸齒文)이 새겨져 있어 영산강유역에서 출토되는 것들과 통하고 있다.

율촌리 5호분 출토 대형옹관 복원상태
율촌리 5호분 출토 대형옹관 복원상태

율촌리 분구묘의 대형 옹관은 영산강유역에서 소위 “선황리식”으로 불리는 마한의 이른 시기에 사용된 대형옹관과 동일한 형태로서 율촌리 분구묘의 시기를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마한 성립지로 알려진 익산지역의 낮은 분구묘 내에서 대형 옹관의 출토는 율촌리 분구묘가 호남지역 대형 분구묘의 조형이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최완규(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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