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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다이아몬드

김은정 선임기자

삽화=정윤성 화백
삽화=정윤성 화백

곰 인형을 대신하는 이름이 된 ‘테디베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테디베어’ 박물관이 생겨날 정도이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만하다. ‘테디베어’의 연원은 명확한 기록이 없으나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독일에서는 인형 제조업체인 슈타이프사가 곰인형을 만들어 한 장난감박람회에서 선보였는데, 정작 독일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지만 미국에서는 수천 개나 팔려나가면서 이름을 더 널리 알렸다.

얼마 전 새롭게 등장한 테디베어가 있다. 금발 단발머리에 붉은 재킷과 검은 바지를 입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서있는 곰 인형이다. 인형 가격은 개당 221달러(한화 26만원)나 되었지만 500개 한정판으로 출시한 이 곰 인형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금세 완판 되었다. 독일의 장인이 제작한 이 수제 곰 인형은 독일 메르켈 총리가 주인공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지는 인형이 적지 않지만 은퇴를 앞둔 메르켈 총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곰 인형은 의미가 특별하다.

독일 최초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2005년 취임한 이후 16년 동안 독일을 이끈 정치인이다. 그는 연속 4선에 성공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3년 전 다섯 번째 총리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 받는 지도자로 꼽힌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지금도 독일 국민들의 75%가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50%를 훌쩍 넘는 국민들이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 바탕에는 메르켈의 빛나는 리더십이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경청하고 모르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우려는 자세,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며 잘못된 것은 거침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늘 겸손하게 행동하는 자세가 가져온 소통의 리더십이다.

메르켈 곰 인형에도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가지런히 손가락을 맞대어 만들어내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특유한 손모양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깍지를 끼듯 양손을 모으는 메르켈의 특유한 이 버릇을 사람들은 ‘메르켈 다이아몬드’라 이름 붙였다. 곰 인형이‘메르켈 다이아몬드’를 그대로 갖게 한 것도 메르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태도를 기억하게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자들의 선거운동이 뜨겁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선거판은 뜨거워질수록 정치의 품격은 추락한다. 정책 검증이 우선되어야 할 토론회조차 음모와 근거 없는 비방이 앞서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요즈음은 ‘메르켈 다이아몬드’의 힘이 더 빛나보인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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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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