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보편적 정신유산 중요성 커
유해 분석, 고고학적 성과
충남 금산~완주 초남이 잇는 순례길 조성 제안
230년 전 전주에서 순교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권상연 그리고 윤지헌의 유해가 발굴된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초남이 성지’를 재조명하고, 그 가치를 북돋우기 위한 학술 세미나가 9일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발제와 토론을 통해 유항검과 그 가족 등이 초남이를 중심으로 신앙공동체를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초남이 신앙공동체을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 발굴, 전라북도 역사문화 순례길 조성 등 향후 활용 방안도 제시 눈길을 끌었다.
이영춘 신부(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장)는 ‘한국천주교회사와 초남이성지의 재조명’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지난 3월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 169-17번지에 소재한 일명 바우배기 묘소에서 한국천주교 최초의 순교자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권상연 야고보, 그리고 복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와 신원미상의 유해가 발견되고, 천주교가 유해 정밀감식 과정을 거친 후 교회법원을 통해 이들 유해의 주인이 각각 복자 권상연, 복자 윤지충, 복자 윤지헌이라고 선포한 일련의 사건은 초남이성지와 바우배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고 했다.
이어 “초남이는 호남의 사도 유항검 생가터와 함께 전라도 천주교 신앙공동체의 중심이었던 곳이다”며 “역사적 장소 측면은 물론 천주교를 넘어 인류 보편적 정신 유산으로서의 중요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창호 전북대 교수(의과대 해부학)는 ‘순교자 유해 분석 방법과 성과’에 대한 발제에서 세 명의 순교자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감식 진행 과정과 전북대병원 생명연구윤리심의위(IRB) 승인, 체질인류학적 접근과 유골의 개인식별 방법, 뼈의 비특이적 변이 연구, 전통적인 뼈의 형태학적 분석, 인구학적 접근, 컴퓨터 단층촬영(CT), 순교자 유해의 나이와 성별·신장 추정, 유해의 부계확인 유전자 검사 등 정밀한 분석방법을 소개한 후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체질인류학과 유전학, 고고학적 분석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로, 향후 다른 유해 발굴 연구의 표준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순교자 묘소 발굴과 출토물의 의미’에 대한 발제에 나선 윤덕향 전 전북대교수는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 세 분은 1791년 12월 8일 현재의 전주 남문 밖(현 전동성당)에서 참수형에 처해 졌으며, 묘지에는 11개월이 지난 1792년 11월 25일에 안장된 것으로 기록됐다”며 “장례기간이 비상하게 긴 것과 생장지(전라도 진산, 현 충남 금산군 진산면 막현리)가 아닌 완주 이서 초남이에 묻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 후 “초남이를 중심으로 유항검 일가의 무덤만이 아니라 신앙공동체의 실체와 관련한 조사가 충실히 이뤄진다면 조선후기에서 개화기로 이르는 시기의 사회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문윤걸 예원예술대교수는 초남이 성지와 주변 성지들을 연결하는 문화콘텐츠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윤수봉 완주군의회 의원은 윤지충 생거지인 충남 금산의 진산부터 대둔산을 넘어 초남이에 이르는 길을 연결하는 순례길 조성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