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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에는 지역 감정이 있으면 안 된다"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23호 고법(북, 장구) 조경곤 예능 보유자
김제출신으로 인천에 자리잡고 고법(북, 장구) 뿌리 내리고 있는 주인공
시각 장애 가진 상황에서 거듭된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공과 화합 스토리

인천광역시무형문화제 23호 고법(북,장구) 예능보유자 조경곤 씨
인천광역시무형문화제 23호 고법(북,장구) 예능보유자 조경곤 씨

시각 장애를 가지고도 타지에서 전통 음악 예술로 화합의 장을 만들어가는 전북 출신 무형문화재가 있다.

인천광역시무형문화제 23호 고법(북,장구) 예능보유자 조경곤 씨(55‧인천 서구 검암동)다. 김제시 검산동 출신인 그는 고수(鼓手)를 뛰어넘은 진정한 고수(高手)다. 시각장애인은 명고수가 될 수 없다는 국악계 통념을 깼으며, 피나게 연습한 끝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고수로서의 입문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16세 때 합기도를 하다가 망막을 다쳐 거듭되는 수술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를 반기는 스승은 거의 없었다. 창자를 보고도 박자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고수에게는 ‘보이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수 김청만 선생은 달랐다. 조 씨는 “전주에서 스승을 찾았으나 거부당했다”며 “그러나 선생님께서 받아주셨고 결국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희망의 끈을 발견한 그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북을 치며 꿈에서도 북채를 놓지 않는 집념으로 버텼다. 조 씨는 “머리카락이 반 이상 탈모되고 무릎과 가슴에 멍이 들고 손바닥에 피가 나고 까지고 하는 인내의 시간들이 있었다”고 했다.

거듭된 연습 끝에 그는 지난 2003년 전국고수대회를 비롯해 2004년 서울전국국악경연대회·순천 팔마고수전국경연대회 등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인천시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도전했지만 지역 감정이 문제였다. 조 씨는 “경기도에서 전통음악을 해왔던 사람도 문화재로 지정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북 출신이 도전했으니 시선이 곱지 않았다”며 "자신(경기도 출신)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시도는 불합격할 수 밖에 없었다.

조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악(국악)에는 지역 감정이 있으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계속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국 문화재로 거듭났다.

인천시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조 씨는 그의 지정을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화합하고자 무던히 애를 썼고, 그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적극 도왔다”며 “장벽이 무너지고 문화를 통해 가족같이 하나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는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재하고 있는 가치가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전북에서도 경기민요가 문화재가 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우여곡절의 시간을 지낸 뒤, 조 씨는 현재 인천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서 우리 전통 음악 예술을 보존, 전승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가 키워낸 제자들은 지난달 17일 인천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풍류관에서 조경곤 제자 발표회를 열었다. 그는 이를 두고 "50년 국악 인생이 빛났던 날"이라고 표현한다.

새해를 맞아 다른 계획이 생겼다. 조 씨는 오는 10월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판소리 완창을 발표한다. 그는 "김제 출신으로서 성공한 모습을 고향분들께 선보이려 한다"며 "서울에 사시는 스승님을 모시고 갈 것"이라며 설레이는 감정을 드러냈다.

유일한 소망도 밝혔다.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장벽을 허무는 무대이다. 조 씨는 "남한과 북한의 장애인 예술인이 하나가 돼 백두산에서 '한민족 공연'을 하는 게 내 꿈"이라며 "제대로 계획하고 준비해서 통일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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