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신분 등 모든 것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영상의 소재로 사용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A여성인권단체 유튜브 계정으로 올라온 동영상이 서동을 스토킹 범죄자로 묘사하고 있어서다.
백제 무왕의 어린 시절인 서동과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다.
백제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가 아름답고 총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신라로 가서 아이들에게 마를 주며 노래를 퍼뜨렸고, 이 노래 때문에 궁에서 쫓겨난 선화공주가 서동의 지혜와 용기에 반해 혼인을 했다는 러브스토리다.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이 러브스토리는 익산지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익산을 대표하는 축제로서 매년 열리고 있는 익산서동축제의 주된 모티브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에서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소중한 역사문화 자산이다.
이외에도 설화에 나오는 노래 서동요는 한국 최초의 4구체 향가로서, 그 문학적 가치가 충분해 초중등 교과과정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영상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분 38초짜리 동영상은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각색하면서 선화공주를 스토킹 범죄의 피해자로, 서동을 가해자로 표현했다.
이를 두고 지역 역사문화계에서는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 훼손은 물론 익산이라는 도시이미지 실추, 나아가 서동요가 담겨 있는 우리나라 문화 원형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삼국유사의 가치까지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설화에 담긴 소중한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인문학적 고찰 없이 단선적인 사고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린다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다른 소재를 가지고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소중한 역사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훼손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여성인권단체 측은 “동영상 제작을 전담한 업체가 따로 있어 저희 단체에서 답변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놨다.
동영상 제작 업체 측은 “스토킹 처벌법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이전의 것들을 새롭게 보자는 취지를 갖고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를 피해자 입장에서 전개한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작을 하다 보니 프로 집단에서 하는 것보다는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 같다. 제작자들과 논의해서 가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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