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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또 다른 사람 피카소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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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 세 명의 무희(The Three Dancers)/사진=www.PabloPicasso.org

아무튼 피카소가 젊은 날 무명 시절에 청운의 꿈을 안고 파리에 왔으나 그 어느 누구도 그를 알아 반겨줄 리 없었다. 비를 피해 뛰어들어 간 화랑에서 그는 저 비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들고 있던 그림을 맡아달라고 사정을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한 75살쯤의 그가 끄적거린 그림 하나가 2500불 정도의 시장성을 가졌고 그의 전문 화상인 칸바일러는 그의 그림 한 장을 100만 불에 팔기도 했다. 

그는 그런 일들에 대하여 “무슨 복권에 당첨된 것 같아. 사람이 일생에 한 번은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어. 그런데 칸바일러는 매일같이 당첨되는 것처럼 내 그림을 판단 말이야. 가격은 10만 불이든, 100만 불이든 문제가 아니지. 우리가 하루에 50번씩 식사를 할 수는 없거든, 얼마에 팔리거나 그것은 마찬가지지”라고 말하고는 있으나 내심은 자신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린다는 것에 대해서, 또는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서 앞을 다투어 자신의 그림을 구입해 가는 것에 대해서 강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그에게는 묘한 버릇이 있었다. “사인 sign 따위는 필요하지 않지. 왜냐하면 그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알고 있으니까.”라는 자신만만, 어쩌면 건방진 말들을 마구 내뱉었다.

그는 그림이든 판화든 간에 사인을 하지 않고 나중에 자신의 그림을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뒤늦은 사인을 해 주고는 그 대가로 일금 일만 불을 사례로 받는 철면피함도 보여 준다. 어느 날 화상 피에르 마티스가 그의 초기 작품을 들고 그의 사인을 받으러 왔다. 사인이 있어야 그 그림을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그림은 피카소 자신이 친구 마티스에게 선물했던 것인데, 피에르 마티스는 앙리 마티스의 아들이 아닌가. 그러나 돈을 준비하지 않고 자기의 아버지와의 관계만 믿고 찾아온 피에르 마티스가 피카소의 사인을 못 받고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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