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선거의 존재 자체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결과는 뻔한 데 굳이 예산과 인력 낭비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여전히 민주당 성향의 투표 심리가 강한 전북의 경우다. 공분을 자아내며 공천 내홍을 겪고 이에 못마땅한 도민들이 이번 만큼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결국은 도돌이표 민주당 선택이었다. 이것도 모자라 과거에 비해 민주당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광역 기초의원의 86%를 독점하고 4개 기초단체 의회는 민주당 의원으로만 채워졌다. 이 중 62명이 선거 없이 무투표 당선인 점을 감안하면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더욱이 같은 당 출신 단체장에 대한 의회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당 독주에 따른 역기능은 여기에만 그치질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방 권력의 핵심 축으로 인식된 이들은 선거 품앗이뿐 아니라 각종 이권과 인사 개입 등에도 무소불위 권한이 예상되지만 마땅한 제동 장치가 없다는 게 현실적 고민이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런 일당 독주의 투표 행태는 유권자의 정치 혐오와 기피증을 불러 온다. 기득권 세력의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민주당의 반사 이익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공천 기준도 유권자 눈높이 보다는 당의 충성도가 먼저다. 그러면서 투표율은 점점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전북은 48.6%로 전국 평균 50.9% 보다 낮았다. 역대 8번 선거 중에서 가장 낮았다. 공천 반발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후보들이 고전한 것도 투표율 저하에 따른 정당 조직력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선거에 대한 유권자 무관심은 민주주의를 역행한다” 고 한다. 정치권 상황이 아무리 꼴불견이더라도 그리고 함량미달 정치인 행태가 다소 못마땅하더라도 이를 핑계로 투표를 기피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우리 일상생활의 소소한 것부터 정치권 영향에서 자유로운 건 거의 없다. 세금과 전기료, 보험료 인상폭은 물론 쓰레기봉투 용량 제한까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 지역의 ‘민주당 짝사랑’ 은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80%대 압도적 지지율로 출구조사 발표 때부터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TK지역도 마찬가지다. 여타 지역은 그래도 개표 초중반까지 혼전 양상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와중에도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 변화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며 민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다. 일부에선 선거 결과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 는 장탄식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해바라기성 유권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의 수준을 보면 그를 뽑은 유권자 수준과 비슷하다” 는 정치권 속어가 생각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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