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박모씨,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매주 투석해야 하는 남편 간호
병원 측 나가라는 압박에 “지금처럼 만이라도 진료 해 달라” 호소
“13년 전 걸어서 병원을 찾았던 사람이 지금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거동도 못하는 상태에서 매주 응급 투석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병원을 가라고 하다니요.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집니다.”
어떻게든 병든 남편을 살리기 위해 13년 넘게 남편 수발에만 매달리고 있는 아내 박모씨는 안타까움을 호소하며 울먹였다.
아직 한창인 나이이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투병을 하고 있는데, 정작 병원 측에서 자꾸 환자를 내보내려 한다는 하소연이다.
8일 오전 익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센터.
남편 이모씨(65)의 응급 투석을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 박씨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매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언제 또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들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남편, 그리고 병원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불거지고 목이 메었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해 이따금씩 손에 쥔 눅눅해진 종이컵의 물로 입을 적셔야만 했다.
얼마나 고된 세월이었을까.
남편이 처음 병원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시도 곁을 떠난 적이 없는 아내 박씨는 지난 13년간을 빠짐없이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2009년 11월 처음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에는 남편이 스스로 걸어서 왔을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최초로 받은 진단은 뇌경색.
조영술 치료 후 회복실에 있는데 우측 편마비가 왔다. 실어증도 생겼다.
이후 각고의 노력에도 갈수록 상태는 악화됐다. 2017년 6월에는 경막하출혈로 보호자 동의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고, 오랜 기간 투병이 계속되며 남편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고, 매주 응급 투석을 하고 있다.
저혈압과 저혈당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반 투석은 하지 못하고, 지난해 8월부터 매주 응급센터에 와서 투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씨는 “13년 넘게 중환자 수발을 하다 보니 나름의 경험이 생겨 어지간한 간호사 수준은 되지 않았겠나. 다른 병원을 가면 지금 종합병원에서 처방하는 수준의 약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뭘 더 해 달라는 게 아니다. 치료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아직 한창인 나이니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치료를 해 달라는 거다”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통상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보호자분께 요양병원이나 2차 병원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이지 진료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8월부터 계속해서 투석을 하러 내원하시면 환자 상황에 맞춰 필요한 진료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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