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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코로나 식당 - 문화빈

보리밥에 열무김치 비벼주던 칼국수 집이 사라졌다

대를 이어오던 누이반점이 문을 닫았고

초밥집과 왕돈까스집도 임시파일처럼 삭제당했다

 

자애로운 불빛이 자취를 감춘 골목식당은

이야기를 얹은 숟가락과 밥그릇 대신

임대 놓는다는 시든 현수막

바람에 멍들어 있다

 

양손을 들고 꿇어앉아 있는 의자들과

그림자들이 손님인 듯 빈둥빈둥 튀어나와

지나친 시련과 피로를 야금야금 삼킨다

 

어둠이 꽁초를 던지고 가래침을 뱉는

검은 에너지가

적막을 켜켜이 지어 소복이 퍼 담는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불빛이 꺼버린 가게와 바람에 찢어진 현수막만 아우성치던 시장 골목들이 지독한 어둠을 딛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어둠은 꼭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것만은 아니어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환한 마음이 되었다.

서로의 가슴에 훈훈한 불씨가 되어 서로의 안녕을 챙기는 따듯한 이웃이 되었다. “적막을 켜켜이 지어”내던 시간은 이젠 웃음을 담뿍 담아 건네주는 훈훈한 인정이 되었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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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식당 #문화빈 #김제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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