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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의 '세차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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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브라질 검찰이 브라질의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는 치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되면서 브라질의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들을 부패스캔들로 줄줄이 엮어 구속시켰다. 수사를 이끈 사람은 연방법원의 세르지우 모루 판사. 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법무장관이 된 인물이다.

분노한 국민은 광장으로 나왔다. 부패 척결을 내세워 수사를 주도한 모루는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고, 룰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폭락했다. 반부패를 내건 수사의 여파는 컸다. 지우마 대통령은 끝내 탄핵당했고, 1년도 안 되어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며 브라질의 영웅이었던 룰라는 구속됐다. 언론은 브라질을 뒤흔든 이 역대급 비자금 수사에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린 <세차작전>이다.

사실 모루는 부패 척결을 내세웠으나 그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수사과정을 보면 척결의 타깃은 좌파의 대부 룰라였다. 그의 수사 방식은 집요하고 편파적이었으나 언론들은 모루 검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권력 비리를 캐고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로 룰라와 노동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브라질 대법원은 룰라를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아간 일체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결, 그의 정치적 권리는 온전히 회복됐다. <세차작전>이 사법 쿠데타였음을 증명해준 셈이다.

<세차작전>은 브라질의 우파가 민주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일으켜 세우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부패스캔들의 여파는 지속되고 있으며 사회는 양극으로 분열되고 사회적 폭력은 악화됐다. 실직자는 크게 늘었고 경제는 몰락했으며 코로나를 건너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 사망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모두 보우소나루 정책이 실패한 결과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정치화된 사법권력의 힘이 가져온 결과였다.

<세차작전>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넷플릭스가 2019년에 방영한 <위기의 민주주의-룰라에서 탄핵까지>(감독 페트라 코스타)다. 그 자신 민주화 운동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운동가 부모를 둔 여성감독 페트라는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국민영웅인 룰라가 어떤 정치적 메커니즘으로 희생되고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몰락하는가를 현장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오직 정치적 셈법으로만 국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들춰내는 영화가 주는 울림이 크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도 닮았기에 더욱 그렇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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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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