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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기사

“투명인간으로 지내야 하는 학교가 지옥 그 자체였죠”

학내 술 파티 고창A초 감사 협조 직원 심경고백   
감사에 성실히 협조한 대가는 내부고발자 낙인
주홍글씨 씌워져 아니라고 울부짖어도 기정사실화

“아니라고 울면서 호소해도 전 이미 내부고발자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코로나 비상 시국에 학교에서 술 파티를 벌이다 암행감찰에 적발된 고창 A초등학교 교직원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교육공무직 직원 K씨의 하소연이다.(본보 11월 11일자 1면 보도)

전북교육청 암행감찰에서 그는 술 파티 당일 있었던 행위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가장 먼저 쓰게 됐는데 자세히는 적지 않고 대략적 사실만 적었다고 한다. K씨에 따르면 다음날 교장이 “본인 불찰이니 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해 멋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이곳 저곳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감사받았다면서, K씨가 내부고발자라면서…”라는 등의 전화였다. 곰곰 생각해보니 전화가 오기 몇시간전 감사에 적발된 교장 등 교직원 9명이 한 교실에 모여 비상회의를 했었다고 한다. 이에 교무부장과 교무 등에게 찾아가 자신을 내부고발자로 지목한 전화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말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사과했으나 그 날 부터 ‘왕따’, 즉 학교 내 집단따돌림이 시작됐다.

출근길 교장에게 인사하면 그냥 스치듯 지나갔고, 교장은 다른 사람에게는 티날 정도로 살갑게 인사했다고 한다. 적발된 그들끼리는 삼삼오오 모여 대화도 나눴고, 점심 식사를 할때도 그들끼리만 했다고 한다. 급식실에서 찐고구마 등 간식을 먹을 때도 메신저를 통해 한 명씩 자리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K씨는 감사 관련 민원 접수 담당이었지만 감사와 관련된 공문을 못보게 막았다고 한다. 행정실에서 공문 문서 잠금장치를 하고, 자료 제출과 관련해 물어보면 가르쳐주지도 않았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휴대폰으로 카카오톡 로그인 문자가 왔다고 한다. 누군가 K씨의 컴퓨터에 접속했다는 의미다. K씨는 학교에 가면 누구하나 의지할 사람, 대화할 사람 한 명 없이 홀로 지냈다.

이런 생활은 다음해 3월 1일 다른 학교로 전근가기까지 계속됐다. 그는 죽고싶을 정도로 괴롭고 아팠다고 한다. 잠도 못자고, 구역질이 나고, 어지럼증도 심해 병원을 다녔고, 몇 해가 지난 지금까지 병원을 다닌다.

술 파티 감사 당시 1주일동안 체중이 5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들은 병가를 내면 진단처 첨부 등을 요구했고, 심지어는 병원에 전화까지해 병명이 뭔지, 판단근거가 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전북교육청과 고창교육지원청, 학교 공무직 여성노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를 보듬어주지 않고 밀쳐냈다. 소문을 들은 학부모들은 “K씨가 선생들을 내쫓기 위해 모의한 것”이라며 K씨를 지탄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창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당시 감사를 받은 교장과 선생들을 위로방문까지 했지만 자신은 모른체 했다고 한다.  

학교를 옮기고도 이런 생활은 계속됐다. 전근 가기전 이미 K씨는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혔고, ‘교육청 홈피에 (술 파티를)제보했다더라. 우편으로 (술 파티)상황을 일렀다고 하더라’는 억울하고 황당한 소문이 지역에 무성했다.

K씨는 “내가 (내부고발자가)아니라고 해도, 아니라고 하소연해도 이미 주홍글씨가 씌워져 나는 그런 사람이 돼 있었다”고 울먹였다.

감사에 성실히 임한 협조자는 우리 사회가 지키고 보듬어줘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정신병을 만드는 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을 내부고발자로 칭하고 집단 따돌림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한편 고창 A초등학교는 지난 2020년 5월 학내에서 교장과 교사, 일반직 공무원들 9명이 모여 술파티를 벌이다 적발됐다. 당시 코로나19 비상시국으로 모임인원 제한이 있었고, 학생들은 등교가 아닌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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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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