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3-02-09 04:56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외부기고

김관영지사가 소(牛)를 키우지 않으려면…

image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

우리는 평소에 ‘특별(特別)’이라는 단어를 자주 즐겨 사용한다. ‘특별시’,‘특검’,‘특위’,‘특별손님’,‘특곰탕’ 등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특(特)’이라는 단어에는 ‘나는 남과 다르다’는, 원초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갈망하는 인간 내면의 본성이 반영되어 있다.

 

중국 최초의 자전을 집필한 후한 허신(許愼, AD 58~ 148)의 ‘설문해자’에 따르면 ‘특(特)’이라는 한자어는 ‘소(牛)를 기르던 관청(寺)’이라는 뜻이다. 고대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희생제물로 쓰이는 소는 매우 귀한 짐승이었고 관청에서 특별하게 관리된 것에서 유래되었다. ‘별(別)’이라는 한자어 역시 중국 상(商)나라 시절 갑골 상형문자를 만들 때 칼로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분리하라는 뜻에서 나왔다. ‘특별’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용될 때부터 이미 구별되는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실질적 자치권을 가진 특별자치도로 승격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며 도내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환영 일색이다.

 

‘특별자치도’란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으로, 관련 특별법에 근거해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받는 구역을 말한다. 행정과 재정 부문에서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권한과 기능 중 일부를 부여받으며, 재정 특례를 통해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특별자치’ 지위를 부여받아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있으며 강원도는 2023년 6월께부터 세 번째 광역 행정단위 특별자치도가 된다. 만약 바람대로 연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전북이 네 번째가 되는 셈이다. 

 

전라북도에 ‘특별’이 붙는다면 당장 위상이 달라질까? 솔직히 말하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16년이 넘었지만 제주도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엇갈린다. 국제자유도시 조기 실현을 위해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모든 사무를 이양받기로 했으나 여전히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리 등에 발목 잡혀 주요 권한 이양과 예산 지원은 요원하다는 불만이 상존한다.

 

특별한 지역이 갖는 ‘특별함’이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준연방제적 분권 국가를 위한 헌법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소리를 제주도민들이 내는 것을 보면 훨씬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지도 모르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많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진정한 완성을 위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중앙행정권한의 과감한 이양과 함께 무엇보다도 재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연방제 국가로 지방 자치권을 전폭적으로 보장하는 미국의 경우 디트로이트시가 2013년 180억달러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하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유바리(夕張) 시가 파산을 경험한 것은 지자체의 독립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여파를 겪으면서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특별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공직사회의 자질과 경쟁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지, 마스터플랜 수립은 적절한지, 도민들의 여론은 제대로 수렴되고 있는지 지금부터 꼼꼼하게 반문해봐야 한다. 잘못하면 ‘특(特)’이 갖는 어원처럼 소나 키우던 관청의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관영지사 #전북특별자치도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