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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윤 소윤과 친윤 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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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우리 속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남녀차별을 보여주는 관용 표현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많은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겨운 시간을 함께할 텐데 드러내 놓고 이렇게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속내에 남성,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이들도 의외로 많다고 하니 주의할 일이다. 이 속담은 약 3,100년 전 고대 중국 주나라 무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다. 주나라 무왕이 달기에 빠진 상나라(=은나라) 주왕(紂王)을 칠 때 구실로 삼았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중국의 왕이 전쟁 명분으로 쓴 이 말이 조선에서 수백 년간 무심코 쓰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여러 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속담이 자리 잡은 것은 조선 중종 때 소위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의 갈등이 극에 달할 때 소윤 일파의 막후 실세였던 문정왕후를 빗댄 표현이었다고 한다. 1545년 소윤으로 불리는 윤원형 일파가 대윤으로 일컬어지는 윤임 일파를 숙청한 을사사화 때의 일이다. 중종의 둘째 왕비 장경왕후가 낳은 인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대윤, 셋째 왕비 문정왕후가 낳은 명종을 지지했던 세력이 소윤이다. 대윤을 제압한 뒤 소윤의 거두 윤원형은 관직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온갖 뇌물을 쓸어 담는 등 전횡을 부렸으나 뒷배가 됐던 문정왕후가 병사하면서 몰락한다.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 무렵인 2019년 여름,  ‘대윤(大尹)’, ‘소윤(小尹)’ 논란이 일었는데 대윤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였고 소윤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일컬었다. 검찰 내 두 사람의 위상을 외척세력 ‘대윤’(윤임)과 ‘소윤’(윤원형)에 빗댄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온통 ‘친윤’ ‘반윤’ 논쟁만 커지고 있다. 반윤으로 지목됐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이 친윤의 칼날에 하나씩 나가 떨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계파적 대결 구도만 남은 당 대표 경선은 집권당이나 국가적 비전과 정책 논란은 없고, 오로지 자기 집안과 일부 측근의 세도만을 위해 눈이 벌겋게 전횡을 휘둘렀던 조선시대 대윤, 소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 친명과 비명간에 날선 비판이 오간다.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등 유력한 대권 후보군에 어정쩡하게 줄 섰던 도내 의원들의 입지는 향후 예측불허다. 지난해 6월 전북에서는 도지사, 교육감을 비롯, 시장군수나 지방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대거 물갈이됐다. 이는 곧 도민들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고와 기술로 무장된 뉴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거다. 총선을 1년여 앞둔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에 시민들이 친윤과 반윤, 친명과 반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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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윤소윤 친윤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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