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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서울, 순천, 전주 시장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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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시장은 도시의 운명을 좌우한다. 좋은 시장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어떤 비전을 갖고 무슨 일을 꾀하는지 늘 지켜봐야 한다. 그것이 도시의 진짜 주인 시민의 책무다. 파리, 서울, 순천, 전주, 네 도시 시장이 최근 벌이고 있는 일들을 통해 이들의 비전을 읽어보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2014년에 처음 당선되어 6년 임기를 마친 뒤 2020년 재선에 성공했는데, 재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들이 가히 혁명적이다. 파리12구 베르시-샤랑통 지역 초고층 6개동 건설계획 백지화 및 파리 제3의 도시숲 조성, 파리시 전역 주행속도 30킬로미터 제한, 시내 노상주차장 4분의 3을 없애고 보도, 자전거도로, 녹지로 전환 등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도로 지상부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하는 ‘벨로폴리탄’ 사업비는 3천4백억원인데 이 돈으로 지하철은 2킬로미터, 트램은 7킬로미터를 건설할 수 있지만 자전거도로는 170킬로미터를 만들 수 있다. 대중교통의 주역이 지하철과 트램에서 자전거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이 필요하면 새로 짓는 대신 공공건물을 야간과 주말에 개방해 쓰게 한다. 서민주택 공급 방식도 획기적이다.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워진 에어비앤비 3만호를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고, 빈 건물들을 주택으로 리모델링해서 사회주택 비율을 25%까지 올릴 계획이다. 샹젤리제 거리의 차도를 대폭 줄이는 ‘샹젤리제 정원화’까지 야심찬 혁신을 이어가는 안 이달고 시장의 비전은 무엇일까?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사람을 위한 개발보다 ‘생태’를 중시하고, 약자들과 ‘연대’하며, 도시와 사람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세운상가 일대를 보면 피눈물이 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비전은 무엇일까? 역사도시 서울의 변하지 않는 모습에 참을 수 없다면 그의 비전은 서울의 옛 모습을 다 지우고 새롭게 바꾸는 것일 게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닮은 새빛둥둥섬, ‘런던아이’를 닮은 서울링, 함부르크 ‘하펜시티’를 닮은 여의도 수변개발 등 다른 도시 모방은 계속될 것이고 서울의 정체성은 훼손될 것이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되었다. 2006년 선거에서 당선된 노관규 시장은 순천의 비전을 ‘정원’의 도시, ‘생태수도’로 설정한 뒤 2013년 첫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시켰고 2년 뒤 순천만은 우리나라 제1호 ‘국가정원’이 되었다. 자연이 남겨준 순천만 습지를 도시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자연과의 공생을 도시발전 전략으로 삼아 시민과 함께 생태수도 순천의 정체성을 지키고 키워온 쾌거를 이번 박람회가 잘 보여줄 것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비전도 궁금하다. 올해 초 오목대 주변 향토수종 40여 그루 벌목 소식에 놀랐는데, 최근 야구장이 철거되고 전주천과 삼천의 나무 1200 그루가 잘렸다는 기막힌 소식을 접하며 생각해보니 그의 비전은 ‘오직 개발’인 것 같다. 큰일이다. 전주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역사, 문화예술, 인문의 도시이고 슬로시티 아닌가. 사람들이 전주에 오고 전주를 사랑하는 이유가 개발 때문일까? 

이름처럼 하늘의 섭리를 따라 뚜벅뚜벅 나아가는 순천이 부럽다. ‘온전한 도시’라는 최고의 이름을 가진 전주가 지금 매우 위태롭다. 나무 다음에 또 무엇이 잘려나갈까. 도시는 시장 맘대로 주물러도 되는 떡이 아니다. 망가진 도시는 고치기 힘들다. 막아야 한다. 주인들이.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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