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주, 책마을 구동 시작
출판캠프 통해 420여종 책 펴내
“책마을해리는 사람이 책이 되는 공간이며, 독자가 저자가 되는 책 만드는 마을입니다. 올해로 30년째 출판 현장에서 다진 책의 감각으로 지어올린 작은 요새지요. 책이 발디디기 어려운 시대에, 책이 가진 고유한 힘을 낮은 목소리로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창군 해리면 출신으로 국문학을 전공하고 영상문학 전문가로 전국적인 강의나 심사위원, 마을공동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대건(53) 촌장은 인류의 모든 것을 대체한다는 챗지피티(ChatGPT) 시대, 치렁치렁 책의 감성을 피우는 책마을해리를 18년 째 운영하고 있다.
책마을해리는 해리면 바닷가 인근 폐교를 책의 공간으로 바꿔 운영하는 곳이다. 수많은 언론 방송에 오르내리며 유명세를 쌓아왔다. 2005년 파주출판도시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고향 공간을 우리 선조들이 피워올린 책의 정신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기획하면서 폐교인 나성초등학교는 조금씩 탈바꿈 되고, 이 촌장은 삶의 전환을 맞는다.
2012년 이 촌장과 편집자 디자이너들이 이주하면서 본격 책마을이 구동을 시작한다. 13년이 지나는 동안 책마을해리는 버들눈작은도서관, 트리하우스 <동학평화도서관>, 부엉이 생태도서관,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갤리러해리, 북스테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트리하우스>는 배우 공유가 패션화보를 찍어서 유명세를 탓고, <책숲>과 <책감옥>은 <1박2일>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출판캠프>는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해 역사, 생태, 문화예술 등 다양한 경험을 글과 그림, 사진으로 기록하고 책으로 펴내는 작은 학교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생태학교, 역사캠프 등을 통해 420여 종 크고 작은 책을 펴냈고, 그 책을 통해 4700여 명의 작가가 태어났다.
2019년 이 촌장은 세계적인 혁신가에게 부여하는 아쇼카 펠로우에 한국 12번째로 선정되었다. 이는 전세계 3800명의 아쇼카 혁신가들과 우리 지역이 연결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기점으로 책마을해리는 글로벌 혁신 대학인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한국 거점 <레인서울(LEINN SEOUL)>의 팀빌딩 기관이 되었다.
특히 그림이라는 만국 공통의 언어와 짧은 글을 매개로 하는 장르 그림책에 주목해 온 이 촌장은 “올 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그동안 출판한 고창의 고인돌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부터 어린이, 마을 어르신들의 로컬 풍경을 옮긴 그림책 등 30여 종의 그림책을 가지고 참여한다”며 “이번 그림책을 매개로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에 작은 책의 거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국내외에서 바라보는 책마을해리의 도전과 성취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 촌장과 책마을해리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이겨내는 작은 증거가 될까,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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