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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 쌀값추락 돌파구 될까](중)현장 반응은-이모작·직불금·전량매수 장점이지만, 지원 끝나면 ‘글쎄'

"가루쌀, 밀 수확 후 늦이앙…수확량도 만족"  
정부가 가루쌀 전량매수·직불금 줘 소득 안정
지원 끝나면 다시 일반벼 재배로, 되풀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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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가루쌀 최대 재배 단지로 떠오른 가운데 군산 산북동 가루쌀 재배생산단지에서 초여름 가루쌀 모내기가 한창이다. 사진=조현욱 기자

“2주 전에 밀 수확 끝내고 가루쌀 못자리(모판)를 만들기 시작했죠. 일반쌀 재배할 때는 시기가 겹치는데 가루쌀은 모내기를 늦게 해도 되니 이모작이 가능해요.”

지난달 28일 찾은 군산 산북동. 빗속에도 초여름 가루쌀(바로미2)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일반벼(밥쌀) 모내기가 끝난 지 한 달여가 넘은 시기. 이앙기를 몰던 유덕호(63) 씨는 “늦게 심어도 수확시기는 신동진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40년간 일반벼 농사를 짓다 4년 전 계약재배 권유로 가루쌀 재배를 시작한 유 씨는 “처음엔 수확량이 잘 나올지 걱정됐지만, 밥쌀과 비교해 수확량 차이도 없고 재배방식도 다르지 않아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가루쌀은 일반벼를 재배할 때와 수확량은 비슷한데 이모작이 가능하니 수익효과는 두배가 된다. 기존 벼농사 때 사용하던 기계를 활용해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유 씨는 “초창기 주변에 권유했을 땐 반응이 시원찮았는데, 가루쌀로 품목 전환해도 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것을 보고 전환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쌀수급 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가루쌀(바로미2)은 밥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전략작물로, 가루쌀로 95%가 넘는 수입산 밀을 대체하고 밥쌀 공급과잉을 줄여 쌀값을 안정화하는 게 정부 목표다.

이모작·분질미로써의 활용 등 가루쌀 작물 자체의 이점도 있지만, 정부가 올해 전폭적인 예산·기술 지원으로 농가 보급에 힘을 실었다. 벼대신 전략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주는 '전략작물 직불제' 품목에 가루쌀을 신규로 포함하고, 가루쌀 생산단지도 선정해 교육과 시설장비 등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올해 전북 18곳을 포함해 39개소를 선정했고, 2026년까지 200개소(4만 2000ha)를 조성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해 수확된 가루쌀을 전량매수하기로 해 농가의 가루쌀 수확 소득을 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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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벼에서 가루쌀로 품종 전환을 해도 일반 벼농사 때 사용하던 기계를 활용할 수 있다. 군산 농민 유덕호 씨 역시 기존에 갖고 있던 이앙기에 올라 모판을 심고 있다.  사진=조현욱 기자

 

그러나 가루쌀 육성 정책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정부의 예산 지원과 정책 주도 아래 보급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원이 끝나면 일회성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역 농가들이 적극적인 이유는 가루쌀 전환이 늘면 상대적으로 일반벼 공급도 줄어 쌀 가격이 제값을 찾아 가루쌀·일반쌀 재배농가 모두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반벼에서 가루쌀 전환이 쉬운만큼 판매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다시 일반벼로 돌아가기도 쉽다"는 게 고창, 익산, 김제 등 가루쌀 재배 농가들의 상당수 반응. 아직 가루쌀 판로가 미비한데 정부의 전량매수가 끝나면 수요가 적은 가루쌀을 계속 재배할 농가가 있겠냐는 의견이다.

가루쌀 재배전문단지 조성과 전략작물 직불금 지급에 필요한 추정예산이 2000억 원 가량이다. 여기에 올해 추정량이 500톤이며 매년 생산단지 증가에 따라 증가 예정인 가루쌀 수확량의 매수금액까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나온다.

도내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당장 올해만 하고 가루쌀 안 한다는 분들도 있다"며, "일반벼·보리 심을 때와 가루쌀·밀 이모작할 때 1ha당 정부 장려금이 20만원 안팎 차이난다고 한다. 그런데 가루쌀 모내기가 장마철과 겹쳐 일거리가 많고 정부 교육 점검 등도 잦아 장려금에 비해 피로감이 크다고 여긴다"고 했다. 

이처럼 현장에선 가루쌀 재배를 장려·유도할 것이라면 예산지원을 강화해 확실한 차별화를 두거나 차라리 정부예산으로 일반벼 재고를 전량 매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정부의 관련 예산 부담은 늘어가는 가운데 전환했던 농가들이 일반벼 재배로 돌아가면 예산만 낭비하고 일반쌀 수급문제와 쌀값 폭락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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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쌀 #전략작물직불제 #가루쌀육성정책
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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