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우로 인한 전북 농작물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컸던 이유가 정부 시책에 따라 침수에 약한 논콩 등 전략작물로 작물전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전략작물 장려 정책에 전북 농민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따랐지만 도리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만큼,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진 내린 비로 전북지역 농경지 1만 5000여ha가 호우 피해를 입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16일 기준)에 따르면 전북지역 농작물 침수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크다.
전북의 이번 피해가 심각한 이유는 논콩, 가루쌀 등 전략작물 피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침수 피해를 입은 도내 쌀 재배지가 9577ha, 논콩 재배지가 4533.7ha로, 특히 논콩 주산지인 김제와 부안 등에 피해가 집중됐다. 논콩 피해를 지역별로 비교해도 전국 두번째 피해규모인 경북(200ha)보다 전북이 압도적인 수치다. 쌀, 기타 항목에 혼재돼 포함된 가루쌀 피해 집계는 아직 조사중이다.
정부는 쌀 생산량을 낮춰 수급 안정을 꾀하고자 일반벼 대신 논에 국산콩, 옥수수, 가루쌀 등을 심으면 직불금 보상을 주는 장려정책을 시행했고, 전북 농민들이 가장 빠르게 발맞춰 나갔다. 6월 중순부터 7월초순까지 심는 대표 전략작물로 가루쌀과 논콩이 있는데 이중 가루쌀은 전북에서 가장 많은 신청률을 보였고, 콩 신청률 역시 전국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도내 농가들은 "정부에서 심으라고 해서 심었는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이 지게 생겼다"며 "재해보험도 시기상 가입이 어렵고 뒤늦은 농약대 등 재해복구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아니면 구제할 길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콩 30필지가 모두 잠긴 부안 농민 최은석 씨는 "완전히 물에 잠겨 수확을 기대할 수가 없고, 시기가 늦어 타작물을 다시 심을 수도 없다"며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해 농사가 모두 망했다. 차라리 벼를 심었다면 나았을까 싶기도 하다. 정부가 권장한다며 간담회, 설명회 등을 해 조건에 맞춰 논콩을 심어 피해가 커졌는데 정책에 따랐던 농민들에게 보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제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한 상태"라며 "관할 읍면동 기준 피해 집계가 6억 5000만원 이상(김제시 기준) 또는 생활 기반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비가 계속 내려 이제 피해규모 조사를 시작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그만한 피해규모가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부안군 역시 지정 건의를 준비중이며, 피해규모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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