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체기사

['도민의 발' 위기의 전북 시외버스] (상)승객 저조 노선 직접 타보니

수요 적은 산간벽지 노선, 승객 수 줄면서 빈 차로 운행 '비일비재'
코로나19 이후 승객·버스 운행 줄어 "간신히 노선만 유지하는 상태"
고령자 등 교통취약계층 이동수단 의미 커 "어려워도 운행해줬으면"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중 직격탄을 맞은 업계 중 하나가 교통약자의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되는 대중교통수단인 전북시외버스다. 갈수록 인건비와 유류비는 오르는데, 승객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켰다. 경영난은 이제 고질병이 됐고 운송수입 만으로는 운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 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호소다. '도민의 발' 인 대중교통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업계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이에 전북일보는 도내 시외버스 구간 중 승객이 적은 노선을 직접 타보고 기사와 승객들의 목소리 및 시외버스업계의 경영 현황, 제언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다뤄본다. /편집자주   

image
순창군 순창읍 순창공용버스정류장 대합실. 승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40분 순창군 순창읍 순창공용버스정류장. 이곳에서는 농어촌버스, 군내버스,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 대합실에는 어르신들이 짐보따리를 의자 옆에 세워두고 앉아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시장과 병원에 간다고 했다.

기자는 오전 11시 50분 남원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출발 10분 전부터 플랫폼에 대기 중이었지만 출발 시간인 12시가 다 돼가도 기자 외에 다른 승객이 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의 없어요. 승객 없는 차를 운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농어촌버스나 군내버스보다도 시외버스 승객이 적을 때가 많아요. 아침 장날 있어서 어르신 2∼3명 타면 많은 거고, 평소엔 거의 빈차로 다닌다고 보면 됩니다."

기사는 시계를 보며 “이런 상황에선 회사도 경영상 손해고, 운전기사도 일하면서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버스가 출발하기 1분 전, 멀리서 짐가방을 든 한 남성이 다급하게 버스를 향해 뛰어왔다. 

이 남성은 “일 때문에 남원역에 가야 하는데 자가용이 없어 시외버스를 탔다”며 “승객수가 적어도 꼭 필요한 사람들은 타기 때문에 시간이 띄엄띄엄 있더라도 유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image
시외버스기사 한병선 씨가 순창 쌍치터미널에서 감축된 버스 시간표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날 오전 7시 30분 전주시 금암동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이곳에서는 순창 쌍치행 버스가 하루에 두 번 출발한다. 전북여객 소속 버스에 오르자 41석 중 승객은 단 2명이었다.

버스기사 한병선 씨(69)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이 노선에 승객도 제법 있었고 하루에 6대의 버스가 오갔는데 이제는 단 2대만 운행한다"며 "승객도 줄면서 간신히 노선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간 경유지인 전주시 전동 주차장에서 2명이 더 버스에 올랐다. 

한 씨는 "오늘은 그나마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평상시에는 빈차로 가거나 1~2명 탈 때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버스가 정읍시 산외와 칠보면을 거쳐 순창군 쌍치면 시내·시외 공용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9시 10분.

쌍치에서 전주로 나오는 시외버스는 오전 9시 30분 버스가 막차였다. 전주에서는 오후 5시 40분에 이 쌍치로 시외버스가 도착하고 그 시외버스와 기사는 하룻밤을 이곳 터미널 기사숙소에서 머문 뒤 다음날 오전 7시 30분에 전주행 첫차를 운행한다. 이날 이 버스에 타고내린 승객은 10명이 채 안됐다. 

쌍치면 주민 강모 씨는 "아무리 업체가 힘들다고 해도 전주로 가는 차가 오전 10시도 안돼 끊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오후 시간대 전주행 시외버스를 한대 더 운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스 기사 한 씨는 "농어촌 지역은 대부분 고령자가 많고 그들이 바로 교통취약층인데, 회사 사정으로 운행을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image
20일 충남 금산에서 출발한 무주행 버스. 승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20일 오전 9시 충남 금산발 무주행 버스 운전대를 잡은 전북여객 이동식 씨(68)는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형태로 일하는데 이 일만 벌써 26년째"라면서 "승객이 줄면서 버스회사는 경영난에 기사 구인난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버스에는 기자를 제외한 다른 승객은 없었다. 

이 씨는 “시외버스 기사로 일을 시작했던 당시엔 무주행 버스에 승객들이 많아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도 잡지 못할 정도였다”며 "출퇴근 시간 운행한 수익으로 하루 흑자를 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시외버스가 갈수록 축소되는 추세인데, 벽지에 사는 도민들은 완전히 발이 묶일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주에서 출발한 전주행 버스 승객은 기자를 포함해 3명뿐이었다.

무주읍에 거주하는 승객 최모씨(60) 씨는 “과거에는 버스가 자주 있어도 사람이 많아서 못 탔는데 이제는 마지막 전주행 버스가 오후 7시25분”이라며 “전주에서 급한 상(喪)이 생기면 큰돈 내고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관련기사 ['도민의 발' 위기의 전북 시외버스] (중)업계·승객 "최소한의 교통권 보장을"
김태경
다른기사보기
송은현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사건·사고남원 교차로서 사륜 오토바이와 SUV 충돌⋯90대 노인 숨져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