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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에 거리 내어준 전주 한옥마을

'한집 건너 한집' 외국음식 점포 우후죽순 
'가장 한국적인 전통도시' 정체성에 타격

"이젠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상업마을이죠. 전통보단 돈벌이가 우선인 곳이에요 여긴."

31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한옥마을 태조로 입구. 이곳에서 4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이 모 씨(64)는 '탕후루 명가' 안내판이 부착된 점포 사이를 지나며 이런 말을 건넸다. 탕후루는 딸기나 귤 등 작은 과일을 꼬치에 꽂은 뒤 끓인 설탕물을 입혀 만드는 중국식 사탕과자의 한 종류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길거리 음식이다.

이 씨는 "요즘 한옥마을 거리에 전통음식보다 중국 사탕과자나 대만 볶음밥 등 외국음식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물론 이전부터 각종 길거리 음식이 가득했지만, 요즘처럼 대놓고 외국음식이 중구난방식으로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옥마을 최대상권인 태조로 곳곳엔 탕후루를 파는 점포가 100m마다 한 곳씩 있을 정도로 마을이 온통 탕후루 천지였다. 만두나 빵, 닭꼬치 등을 취급하던 기존 길거리 음식 점포도 탕후루 인기에 편승해 '탕후루 맛집'을 강조하며 앞다퉈 판매에 나선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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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전주 한옥마을 태조로에 있는 한 점포에 각종 과일들로 만든 '탕후루'가 진열되어 있다. 이준서 기자

이처럼 최근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내에 '탕후루' 등 외국음식을 판매하는 점포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는 이미지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일 한옥마을의 허용 음식 품목과 건물 층수에 대한 제한을 일부 완화하는 내용의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을 발표했다. 개정된 고시에 따라 전통음식만 판매할 수 있었던 한옥마을에서도 일식·중식·양식 등 모든 음식의 판매가 가능해졌다.

다만 시는 커피숍·제과점·제빵점 업종의 프랜차이즈와 도넛·햄버거·피자·샌드위치 등의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입점 제한은 유지했다. 자칫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시는 "이번 규제 완화가 관광객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해 한옥마을이 활성화되고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당초 시의 기대와는 무색하게 한옥마을은 '탕후루', '닭날개볶음밥', '타코야끼' 등 중국·일본 등에서 비롯된 길거리 음식이 전통음식을 밀어내고 주요 상권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한옥마을 태조로에서 한과 등 전통음식을 파는 점포는 단 한 곳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탕후루의 끈적끈적한 쓰레기와 뾰족한 꼬치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면서 한옥마을을 더럽히는 주요 주범으로 지목돼 거리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미 전주시민뿐 아니라 지역 방문객 사이에선 탕후루가 한옥마을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한옥마을에서만 이름이 다른 탕후루 가게"라는 이름으로 가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가게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탕후루 프랜차이즈로, 한옥마을 지점은 타 지역 지점과는 다르게 간판 상호명의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탕후루 대신 과일사탕이라고 썼다. 해당 포스트는 실시간 트렌드로 누리꾼의 관심을 끌었는데,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주시민으로 보이는 엑스 이용자들은 "한옥마을이라고 부르기도 아깝다", "그냥 상업화된 관광지 정도지 전통마을은 무슨", "한옥마을에서 이런 거 팔기 좀 그렇지 않나"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옥마을 사업소 관계자는 "최근 규제 완화 이후 한옥마을 내 전통음식이 아닌 외국 길거리 음식을 취급하는 점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전주 한옥마을의 정체성 보존을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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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 #탕후루 #전통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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