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점심시간이다.
「콜라 싫어 싫어/ 홍차 싫어 싫어
새카만 커피 오노~~
핫쵸코 싫어 싫어/ 사이다 싫어 싫어
새하얀 우유 오 예스~
(중략)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
우유 좋아~ 우유가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경쾌한 노래가 학교에 울려 퍼진다. 모두 동요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음악을 들으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세파에 찌든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요즘은 트로트가 대세이다. 흘러간 노래로만 취급 받아 오던 중, 모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열띤 경연대회로 트로트 인기가 치솟으며 가요계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트로트 가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통 성악가도, 뮤지컬 배우도,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로트 가사 내용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 또는 고향을 떠나 정착하지 못하는 나그네의 고통 등의 애절하고 슬픈 분위기가 많다. 또한 어른들이 꺾어진 꿈 앞에서 체념하고 한탄하고, 자학과 자기 연민의 감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미성숙한 어린이의 정서와 괴리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동요는 티 없는 동심의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노래다. 동요는 순수한 동심을 담은 노랫말과 어린이의 맑은 목소리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동요는 선정적인 가사와 자극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진 대중가요보다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주위를 보면 동요보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이 많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동요를 부르는 어린이들을 보기가 어렵다.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동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가정 또는 사회에서 동요를 부르지 않는 분위기가 크게 한 몫한다.
동요는 학교에서만 부르는 것으로 아는 경향이 있다. 선택 능력이 없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요와 멀어지는 것이다.
TV에서 어린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자 부모들은 너도나도 어린 자식에게 트로트를 부르게 한다. 반짝이 옷을 입고 화려한 조명 아래, 형광 풍선을 흔들며 환호하는 수많은 관객의 모습에 매료되어 인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어른의 흉내를 내며 트로트를 부르는 어린이들을 방송에서 부추기고 있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불러야 할 동요에는 관심이 없고, 언행마저 어른처럼 변해 가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미성년자 트로트 가수 오모 양이 스토킹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오모양은 전국적인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생인 데 짙은 화장과 현란한 복장으로 언뜻 보면 성인과 구분하기 어렵다. 성인 남성이 뚜렷한 위해를 가하지 않아서 아직은 특별히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오모양은 성인 남성만 보면 공포에 떠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동요를 부르지 않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장래는 어둡기만 하다. 걷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면 넘어진다. 어린이는 시기에 맞는 발달 단계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트로트보다 동요를 많이 가르치고 들려줘야 함은 자명하다. 초등학생을 비롯한 어린이들이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동요는 모든 어린이의 초기 발달에 중요한 부분이다. 언어 발달, 음소 인식, 기억 기술, 문화적 인식 및 사회적 기술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교육적 이점을 제공한다. 동요를 부르는 것은 어린이의 청각을 자극해 두뇌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동요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언어와 추상적 사고에 필요한 시냅스가 발달한다.
특히 부모와 함께 부르는 동요는 부모와 자식 간의 호흡 일치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어른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즐거움을 주고 바르게 사는 자세를 키워 주는 책무가 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겪어야 할 정서를 느끼며 자라야 한다. 어린이들의 거칠어지는 언어를 바로잡고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서는 동요 부르기가 좋은 치료 수단이다.
동요에 담긴 노랫말과 곡은 어린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주고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나아가 올바른 가치관과 바른 사고를 갖게 해주는 명약이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를 통하여 트로트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동요의 존재조차 잊어버리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문인들이 있어서 고무적이다.
서울에서는 김정철 작곡가, 이준관 시인, 김미정 공연 대표가 한 마음으로 힘을 모아 올해 ‘제7회 동시와 동요의 즐거운 만남’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하고 내년 2월에 실시할 8회를 준비중이다.
전북에서는 전북아동문학회(운영위원장 김용재, 회장 조경화)에서 전북아동문학회 회원들이 작사하고 장상영 작곡가가 곡을 붙여 ‘전북아동문학회 창작동요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북아동문학회 초대회장으로서 전북아동문학회의 산증인인 윤갑철 명예회장은 ‘어린이들이 동요를 부르며 바르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아동문학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송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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