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값진 가치를 추구하는 모아·초이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몸과 마음 '든든'
가치·생활기술 배우면서 한층 더 성장하기도
"돈 생각하면 못 하죠. 수익은 없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와 생활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괜찮아요."
고물가·고금리 속 돈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따뜻한 집이 있다.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온기를 채울 수 있는 '지향집'. 나이·성별·직업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나'가 아닌 그대로의 '나'를 편하게 드러내면서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린이와 노인이 친구가 되고 공부하는 대학생이 요리사가 되기도 한다. 나이·직업을 묻지 않고 이름만 알고 지내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단돈 3000원으로 직접 비건 집밥을 만들어 먹고 최소 5000원을 내면 잠까지 잘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 모여 함께 밥을 만들어 먹고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낯설긴 하지만 지향집에서는 일상이다. 배고픔을 없애고 심리적 허기를 채우면서 요리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지향집이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실 운영자인 모아·초이(닉네임)의 신념 때문이다. 돈보다는 가치에 주목하고 싶었다는 게 모아·초이의 설명이다. 몸과 마음이 쉬어가기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없어야 하고 사람이 가진 가치·생활기술이 돈보다도 더 값진 것으로 생각하는 둘이다.
지향집의 운영비는 자율기부로 충당하고 있다. 숙식 비용으로 들어오는 수익이 있지만 지향집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뒤 운영비 일부를 사비로 채우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방문객 수가 늘어나면서 사정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자율기부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지향집을 찾는 사람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아서다. 빈손으로 와도 되지만 혼자 먹기에 양이 많은 반찬·농산물이나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옷·생필품을 챙겨 오기도 한다. 종종 모임을 꾸려 재능을 나누고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친구가 된다.
'지향집'의 좋은 뜻에 공감해 자율기부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모임도 많아지면서 방문객이 증가함에 따라 물품 기부도 많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낯선 운영 방식에 많은 사람이 드나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많게는 스무 명(1일 기준)까지도 드나드는 공간이 됐다.
앞으로 수익이 나오지 않아도 '지향집'이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공간을 유지하고 싶은 모아·초이다.
모아·초이는 "일반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자기 생계는 유지할 수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취미를 가지기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생계 유지가 아닌 그 이상의 것 운동, 악기, 요리 등이다"면서 "이렇듯 이곳에서만큼은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고유의 특성, 성향, 재능을 존중하고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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