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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밑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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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따라 떠오르는 단편적 생각이나 그 생각을 적은 글을 좀 멋스럽게 표현해서 단상(斷想)이라고 한다. 추일단상, 세밑단상 하는 식이다. 2023 계묘년 토끼띠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2024년은 갑진년 용띠해인데 곧 동터오틀 태세다. 올 한해를 보내는 전북인들은 지역에서 생활하든, 타지에서 활동하든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가 가장 강하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시작해서 새만금 예산삭감, 새만금 기업유치 등등 평소 새만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일희하고 일비했던 나날이었다. 친구가 직장을 잃으면 불황이고,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는 말처럼 사실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지역공동체의 일 보다 훨씬 더 강하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북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일찌감치 없었다.  ‘징게 맹갱 외에밋들’은 ‘김제 만경 너른 들’을 뜻하는 옛말이다. 사슴이 아름다운 뿔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듯, 금만 평야는 그 풍요로움 때문에 봉건시대에 탐관오리에 시달렸고, 일제강점기에는 더욱 가혹한 수탈의 대상이 됐다. 김제 죽산면에 있는 하시모토 농장은 일제시대 죽산면 농토의 절반 이상을 소유했던 일제 지주 하시모토가 수백명의 소작인들을 관리하던 곳이다. 익산 춘포면 대장촌 일대 역시 대대로 구마모토의 영주 가문이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의 친조부가 이 마을을 개척한 대농장 소유주였다. 일제때 일본에서 아무런 주소도 없이 '조선 대장촌'이라고만 적고 편지를 보내도 제대로 배달됐다는 믿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대장촌 역시 얼마나 큰 농장이었는지를 가늠케한다. 

예전 금만평야의 또다른 외연이 오늘날 새만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낙후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던 새만금이 중앙정부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을 목도해야만 하는 도민들의 심정은 가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새만금 세밑 단상은 그래서 더 우울하거나 처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을 약 옆에 살 약도 있는 법. 어제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민간투자 10조원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연 이래 9년동안 1조 5천억원의 유치를 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일제가 패망한 뒤 광복 직후 국내 굴지의 기업인은 김연수 경성방직 회장과 박흥식 화신백화점 회장 정도였다. 6∙25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금 기준(1955년) 대한민국 재계 순위는 1위 삼양사, 2위 대한석탄공사, 3위 한국산업은행, 4위 락희화학공업사, 5위 금성방직 등이었다. 삼성그룹, 삼호그룹, 개풍그룹 등은 1950년대말에 이르러서야 재계 최상위권에 등극하게 된다. 며칠전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약 재계 순위 13위에 랭크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만금이 살아나면 전북에서 굴지의 기업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새만금 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도민들이 갑진년 청룡의 해에는 기쁨과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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